자유주제·자유게시판
지난 입춘한파는 여태껏 느껴보지 못한 강추위였습니다.
추위도 삼한사온이 아니라 꼬빡 일주일이 길게 강추위와 강풍이 있었고,
올들어 가장 많이 내린 눈이 꽁꽁 얼어 붙고 그늘진 곳은 다저져서 빙판길이었습니다.
아직도 그늘진 골목길은 자동차와 사람들 발자욱에 다저져서 얼음이 있는 곳이 많습니다.
정월대보름 날인 수요일에나 전국적으로 비가 내린다는 예보가 있어서 그때나 눈과 얼음이 다 녹을 듯 합니다.
오늘 아침 기온은 아직도 차갑습니다.
보름달하면 정월대보름과 추석 한가위 때의 보름달이 떠오릅니다.
정월대보름날 보름달은 차가운 날씨라 하늘이 맑고 선명해서 총총한 별들과 더불어 한가위 때 보름달보다 더 선명하게 보였던 것 같습니다.
이번 정월대보름달은 낮에 전국적으로 눈과 비소식이 있어서 볼 수가 있을런지요?
내일 정월대보름 추억 이야기를 소환해봅니다.
음력 정월 14일은 작은보름이고 15일은 큰보름이라 했다.
옛날 우리 선조들의 농경사회 때는 설과 추석명절 그리고 정월대보름을 3대 명절로 여겼다고 한다.
정월대보름날은 달집태우기와 쥐불놀이 등 특별한 음식이 있었다.
달이 먼산에서 올라오면 달을 맞이하고 보기 좋은 곳에 달집을 짓고 달이 뜨는 방향으로 달집문을 만들었다.
우리 고향에서는 마을에서 좀 높은 당산제를 지냈던 잿마당에다 달집을 지었었다.
옛날에 정지에서 물을 받아 그릇을 씻었던 오래 된 구시를 거두어서 달집을 만들어서 태웠다.
대나무를 끊어다 높게 세워 달집을 만들고 산에서 생솔가지를 베다가 달집을 삥 둘렀다.
달집은 생솔가지라 다 태울 때 까지 불이 꺼지면 액운이 있다는 속설에 지푸라기로 달집 가운데를 메꾸고 군데군데 지푸라기로 불쏘시개를 넣어서 달집이 잘 타게 만들었다.
기다란 대나무로 달집을 세우는 것은 달집을 높게 만들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대나무가 불에 타면서 톡톡 대나무가 튀는 소리에 귀신을 쫒아낸다고 했다.
달집에 불을 부치고 둥근 보름달을 바라보면서 저마다 소원을 빌었다.
아낙네들은 저고리의 동정을 떼서 달집에 던저 태우면서 소원을 빌었다.
며느리가 애기가 없는 가정에서는 애기를 점지해 주시라고 천지신명(天地神明)님께 두손모아 빌었고, 가족들 건강과 무엇보다도 올해 농사가 풍년을 기약하는 소원을 빌었다.
달집 태우는 불에 콩을 볶아 먹으면 부스럼이 없다고해서 볶아서 먹었다.
정월대보름에는 쥐불놀이를 했다.
논두렁에 불을 질러서 해충과 들쥐를 없애는 불놀이다.
밤에 깡통에 못으로 구멍을 뚫고 철사로 손잡이를 만들어서 나무토막을 넣고 불을 붙여 "망우리야"하면서 빙빙 돌리면 요즘 폭죽놀이 같았다.
"망우리야"는 아마도 망월(望月)의 사투리였지 않나 싶다.
그때는 깡통도 쉽게 구하지 못했다.
그래서 쥐불놀이가 끝나면 내년에 또 쓸려고 사랑채 실겅 한쪽에 걸어 놓았다.
이때 관솔은 쥐불놀이를 하는데 최고였다.
관솔은 송진때문에 불이 잘 붙고 불이 오래동안 붙어 있었다.
신작로에서 횃불을 돌리면서 웃마을 아이들과 거리를 두고 싸움아닌 싸움을 하기도했다.
어느날 신작로에 가운데가 썩어 텅빈 가로수로 포푸라나무 고목이 있었는데 그 속에다 불씨를 넣어 그 큰 포푸라나무가 다 타버리기도했다.
정월대보름에 더위팔기라는 풍속이 있었다.
남에게 더위를 파는 풍속으로 정월대보름날 아침 일찍 일어나서 친구나 이웃을 찾아가 이름을 부른다.
이름을 불린 사람이 무심코 대답을 하면 "내 더위 사가라" 또는 "내 더위 네 더위 맞더위"라고 외치는 더위팔기가 있었다.
정월대보름에는 꼭 먹어야 할 음식이 있었다.
지난해 여름 말려 둔 아홉가지 묵은 나물로 만든 묵은 나물 반찬이다.
고사리, 호박고지, 가지고지, 시래기, 취나물, 도라지, 고구마순, 토란잎, 아주까리잎
등 9가지 이상의 묵은 나물을 먹었는데 지역마다 나물의 종류는 다양했다.
우리 할머니께서는 토란잎과 아주까리잎을 늘 말리셨다가 정월보름에 들기름에 볶아서 먹었다.
묵은 나물로 부족한 영양분을 섭취하면 그해 여름에 더위를 타지 않는다고 한다.
쌀, 조, 수수, 팥, 콩 등 다섯 가지 곡식을 섞어 만든 오곡밥도 있었다.
찹쌀에 대추, 밤, 잣, 참기름, 간장 등을 넣고 버무려 찐 약밥을 먹기도 했다.
또 부럼깨기가 있다.
정월대보름 아침에 깨물어 먹는 땅콩, 밤, 잣, 호두 등의 단단한 열매를 부럼이라 하는데 부럼을 깨물면 이가 튼튼해지고 부스럼이 나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꼭 챙겨 먹었다.
정월대보름날 아침에 마시는 데우지않고 차가운 술을 귀밝이 술이라 했다.
귀밝이술을 마시면 1년 내내 귀가 밝아지고, 좋은 소식을 들을 수 있다고 해서 차디찬 술 한모금씩 하기도 했다.
그리고 대보름날은 성이 서로 다른 세 집 이상에서 밥을 먹어야 그 해 운이 좋다고 해서 양푼을 들고 다니면서 여러 집을 돌아다니며 오곡밥을 서로 나눠서 먹었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인 농경사회로 정월대보름에 피해야 할 금기사항도 있었다.
비린내나는 생선을 먹으면 몸에 부스럼이 생기고 여름에 파리가 들 끓는다고해서 생선은 먹지 않았다.
정월보름날 아침에 마당을 쓸면 복이 나간다고해서 오전에 빗질을 하지 않았으며 오후에 빗질을 할 때도 복이 들어오게 마당 안쪽으로 쓸었다.
또 정월보름날 칼질을 하면 부정을 탄다고하여 음식은 전날 다 준비했다.
대보름이 안지나서 일하는 것은 상놈이니까 그렇지~~라고 했다.
"나무 아홉 짐 하고 밥 아홉 그릇 먹는다"는 속담처럼 부지런히 일하고 자주 밥을 먹는 것을 말한다.
정월 대보름이 지나면 농사준비에 농촌에서는 바쁜 일상으로 돌아갔다.
머슴들은 썩은 사내끼(새끼줄)로 뒷동산에 올라 목을 맨다고 했다.
쉴 수 있는 시간은 다 지나고 일을해야해서 나온 말이다고 생각한다.
농사일이 시작되었으니 부지런히 일하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세시풍속이 사라져가는 것이 아쉽다.
내일 오후부터 눈비가 그치기 시작한다니까 정월대보름 보름달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둥그런 보름달을 보면서 마음속에 품고 있는 소원을 빌어 보시고,
어서 빨리 우리나라 정치도 경제도 사회도 정상으로 돌아가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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