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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기님의 프로필
전북전주 유일기
텃밭 농부·2025-09-27T12:57:04Z
시인 임태주의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방에 남긴 글이라고 하는데 참 좋은 글입니다.

어머니의 편지

아들아,
보아라.
나는 원체 배우지 못했다.
호미 잡는 것보다 글 쓰는 것이 천만 배 고되다.
그리 알고,
서툴게 썼더라도 너는 새겨서 읽으면 된다.

내 유품을 뒤적여 네가 이 편지를 수습할 때면
나는 이미 다른 세상에 가 있을 것이다.
서러워 할 일도 가슴 칠 일도 아니다.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왔을 뿐이다.
살아도 산 것이 아니고,
죽어도 죽은 것이 아닌 것도 있다.
살려서 간직하는 건 산 사람의 몫이다.
그러니 무엇을 슬퍼한단 말이냐.

나는 옛날 사람이라서 주어진 대로 살았다.
마음대로라는게 애당초 없는 줄 알고 살았다.

너희를 낳을 때는 힘들었지만,
낳고 보니 정답고 의지가 돼서 좋았고,
들에 나가 돌밭을 고를 때는 고단했지만,
밭이랑에서 당근이며
무며 감자 알이 통통하게 몰려나올 때
내가 조물주인 것처럼 좋았다.

깨 꽃은 얼마나 예쁘더냐.
양파 꽃은 얼마나 환하더냐.
나는 도라지 씨를 일부러 넘치게 뿌렸다.
그 자태 고운 도라지 꽃들이 무리 지어
넘실거릴 때 내게는 그곳이 극락이었다.

나는 뿌리고 기르고 거두었으니 이것으로 족하다.
나는 뜻이 없다.
그런 걸 내세울 지혜가 있을 리 없다.
나는 밥 지어 먹이는 것으로 내 소임을 다했다.

봄이 오면 여린 쑥을 뜯어다 된장국을 끓였고,
여름에는 강에 나가 재첩 한 소쿠리 얻어다 맑은 국을 끓였다.
가을에는 미꾸라지를 무쇠 솥에 삶아 추어탕을 끓였고,
겨울에는 가을 무를 썰어 칼칼한 동태탕을 끓여냈다.
이것이 내 삶의 전부다.

너는 책 줄이라도 읽었으니 나를 헤아릴 것이다.
너 어렸을 적 네가 나에게 맺힌 듯이 물었었다.
이장집 잔치 마당에서 일 돕던 다른 여편네들은
제 새끼들 불러 전 나부랭이며 유밀과 부스러기를
주섬주섬 챙겨 먹일 때
엄마는 왜 못 본 척 나를 외면했느냐고 내게 따져 물었다.

나는 여태 대답하지 않았다.
높은 사람들이 만든 세상의 지엄한 윤리와 법도를 나는 모른다.
그저 사람 사는 데는 인정과 도리가
있어야 한다는 것만 겨우 알 뿐이다.
남의 예식이지만 나는 그에 맞는 예의를 보이려고 했다.
그것은 가난과 상관없는 나의 인정이었고 도리였다.
그런데 네가 그 일을 서러워하며 물을 때마다
나도 가만히 아팠다.

생각할수록 두고두고 잘못한 일이 되었다.
내 도리의 값어치보다
네 입에 들어가는 떡 한 점이 더 지엄하고 존귀하다는 걸 어미로서 너무 늦게 알았다.
내 가슴에 박힌 멍울이다.
이미 용서했더라도 애미를 용서하거라.

부박하기 그지없다.
네가 어미 사는 것을 보았듯이 산다는 것은 종잡을 수가 없다.

요망하기가 한여름 날씨 같아서
비 내리겠다 싶은 날은 해가 나고,
맑구나 싶은 날은 느닷없이 소낙비가 들이닥친다.

나는 새벽마다 물 한 그릇 올리고 촛불
한 자루 밝혀서 천지신명께 기댔다.

운수소관의 변덕을 어쩌진 못해도 아주
못살게 하지는 않을 거라고 믿었다.

물살이 센 강을 건널 때는
물살을 따라 같이 흐르면서 건너야 한다.
너는 네가 세운 뜻으로 너를 가두지 말고,
네가 정한 잣대로 남을 아프게 하지도 마라.
네가 아프면 남도 아프고, 남이 힘들면 너도 힘들게 된다.

해롭고 이롭고는 이것을 기준으로 삼으면 아무 탈이 없을 것이다.

세상 사는 거 별 거 없다.
속 끓이지 말고 살아라.
너는 이 애미처럼 애태우고 참으며
제 속을 파먹고 살지 마라.

힘든 날이 있을 것이다.
힘든 날은 참지 말고 울음을 꺼내 울어라.

더없이 좋은 날도 있을 것이다.
그런 날은 참지 말고 기뻐하고 자랑하고 다녀라.

세상 것은 욕심을 내면 호락호락 곁을 내주지 않지만,
욕심을 덜면 봄볕에 담벼락 허물어지듯이
허술하고 다정한 구석을
내보여 줄 것이다.

별 것 없다.
체면 차리지 말고 살아라.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없고 귀천이 따로 없는 세상이니 네가 너의 존엄을 세우면 그만일 것이다.

아녀자들이 알곡의 티끌을 고를 때
키를 높이 들고 바람에 까분다.
뉘를 고를 때는 채를 가까이 끌어당겨 흔든다.

티끌은 가벼우니 멀리 날려 보내려고 그러는 것이고,
뉘는 자세히 보아야 하니 그런 것이다.

사는 이치가 이와 다르지 않더구나.
부질없고 쓸모 없는 것들은 담아두지 말고
바람 부는 언덕배기에 올라 날려 보내라.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라면
지극히 살피고 몸을 가까이 기울이면 된다.
어려울 일이 없다.

나는 네가 남보란 듯이 잘 살기를 바라지 않는다.
억척 떨며 살기를 바라지 않는다.

괴롭지 않게,
마음 가는 대로 순순하고 수월하게 살기를 바란다.
혼곤하고 희미하구나.
자주 눈비가 다녀갔지만 맑게 갠 날,
사이사이 살구꽃이 피고 수수가 여물고
단풍 물이 들어서 좋았다.

그런대로 괜찮았다.
그러니 내 삶을 가여워하지도 애달파하지도 마라.

부질없이 길게 말했다.
살아서 한번도 해본 적 없는 말을 여기에 남긴다.

나는 너를 사랑으로 낳아서 사랑으로 키웠다.

내 자식으로 와 주어서 고맙고 염치 없었다.
너는 정성껏 살아라.

민족의 최대 명절인 한가위가 곧 다가오네요.
2주전에 벌초를 하면서 부모님산소에 들렀었는데
오늘 다시 찾아뵙고 왔습니다.
추석에는 저희 육남매가 같이 산소에 들리기로 했습니다.
살아생전에 잘해드렸어야하는데
지금에야 후회가 됩니다.
5년전에 어머니,
올해 98세의 연세에 아버지께서도 어머니곁으로 가셨거든요.
저희 형제들은 두분께 최선을 다해 드렸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부모님에대한 마음은 무한대지만요.
어머니께서 돌아가시고 5년을 저희 형제들이 잘 모시다가 올해초에 편안하시게 영면하셨습니다.
여러가지 정황상 시설에 모셔아할 아버지를 저희 형제들이 집에서 잘 보살피시다가 고통없이 편안하시게 눈을 감으셨습니다.
돌아가실 때까지 진통제 한알을 안드셨습니다.
병원은 호흡기질환으로 몇차례 래원하셨고 복용약은 비뇨기과약과 정형외과약을 가끔씩 드셨습니다.
명절이 다가오니 부모님이 더 그립습니다.
팜모닝 회원님들 모두 행복한 명절 보내시길 바랍니다.
돌아오늘 길에 며칠전 6시 내고향에서 김정연씨가 안내양으로 나오는 "시골길따라 인생길 따라"에서 방영된 진안군 반월제 해바라기 밭과 노란코스모스 밭에서 바라본 마이산 모습입니다.
유일기님의 자유주제 · 자유게시판 작성글 사진유일기님의 자유주제 · 자유게시판 작성글 사진
108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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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구님의 프로필
경남밀양 최동구
사과농사 7년차 학생·2025-09-27T13:43:00Z
어머니 의 인생교훈
같은 글을 자식에게
남기는 소중한 글 잘보았습
니다
농촌사랑님의 프로필
경남함안 농촌사랑
정직하게 살자!·2025-09-28T10:09:18Z
한평생 자식위해 정녕 자신는 허신짝 처럼 버려신 엄마
돌아 가신지도 어년 30년이 되어것만
일기님 글 읽다 보니
부모에 대한 불효
지금 생각하면 마음이 메여집니다
또한 나 엄마에 길을 갔고 있습니다 !
벼8364님의 프로필
충남아산 벼8364
2025-09-28T03:14:01Z
어머니를 모신지 2십여년 공직에서 물러난지 10여년
조그만 밭떼기 놀이삼아 경작하는데 비가 내리는 오늘 선생님의 글이 그리움을 더하게 하네요.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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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기님의 프로필

전북전주 유일기

농민·텃밭 농부

올해 처음으로 마늘을 캐고 참깨씨앗을 넣었습니다. 마늘을 캐고 촉촉한 땅에 보들보들한 땅이라 발아가 잘 되어습니다. 어제 가위로 2-3개를 두고 잘랐습니다. 좀 이따 튼실한거로 1개씩만 남길려고 합니다. 기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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