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는 하루라도 빨리 모내기를 하고 싶어서 몸이 달았다. 심겨진 모들을 보며 비로소 안도했다. 날마다 보이지 않게 자라나는 모들이 어느 날 문득 초록을 선사할 때, 와우~~~ 탄성에 좋아라, 아이처럼 설레었다. 드론도 날고 비료도 주어지고 혹명나방이 자라난 벼 잎새들을 희게 만들 때, 놀라움과 당혹감에 예년에 없던 2차 병충해 방제, 올해는 참 드론도 사람도 많이 만나네! 봄날 분주히 지내느라 논 바닥이 물 위로 드러났었는지 초기, 중기 제초제도 관리기 보트로 멋지게 영상까지 신났었지만, 길게 자라난 피들을 제거하느라, 초로의 남편 허리가 남아날 날이 없었다. 그래도 다행이지, 자유시간이 주어지니! 시간조차 없다면 어쩔 뻔 했을까? 몇 날 며칠을 불볕 속에 수고하는 남편의 말, "안쪽에는 허당이네!" "추수 후에 우분이라도 뿌려줘야겠어!" "올해는 좀 별로네!" 지나가며 스치는 말에도 상심했었다. 비가 내리고, 일찍 여문 이삭들이 제 무게에 눌려 논 바닥에 누울 때, 덜된 듯했던 이삭들은 꼿꼿이 잘 버텨주었다. "아, 참 다행이야! 덜 되어서 서 있으니!" "우분도 필요없어. 너무 되어 쓰러지면 곤란하니!" 많은 비에 좀 덜 여물었어도 혹명나방들과 좀 나누었어도 수매가격을 좀 낮취 받았어도 괜찮아, 내년이 있으니 잡종지 매립작업이 좀 늦춰져서 농사를 못 지었어도 아직 마무리 작업이 안 되어 기다리는 중이라도 괜찮아, 농막이 없어도 괜찮아 이제까지 감사히 잘 해온 걸! "내 터전에서 하는 고생은 고생이 아니야!" 엄마의 말씀, "농자천하지대본야라!" 아버지 말씀대로 농자로 사는 삶 참 감사합니다 참 행복합니다 누구라도 다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