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_일기 어제 새벽에는 목말라 할 고추와 복숭아나무를 위해 겨우 찾아든 잠을 떨쳐내고 밭으로 향했다.
창을 열면 선선해야 할 공기가 후텁지근해서 에어컨을 안 켤 수 없었다.
밭에 도착하여 수중 모터 스위치를 올리니 분사호스 구멍을 뚫고 올라오는 물줄기가 시원스럽다가 쾌감까지 안겨준다. 내가 이럴진대 고추와 나무들은 오죽할까 싶었다.
약 세 시간 동안 대극천 도장지 정리를 하고 "오빠야, 전원주택 공사를 하는데 기존 체류형 쉼터에 있던 살림을 하우스로 옮겨야 하는데 좀 도와 줘."라고 하여 알겠다고 했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청도로 넘어갔다.
십여 년 전에 사두었던 땅에 지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갈등하다가 결국 수억을 들여 공사하기로 결심을 굳힌 모양인데 내색치는 않았지만 썩 내키지는 않았다.
미리 짐을 옮겨 둘 하우스를 지어두어 그늘 역할을 했지만 에어컨이 없어 36도의 더위를 감당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컨테이너 속에도 김치냉장고, 냉동고, 냉장고, 옷장, 서랍장 그리고 자질구레한 짐이 얼마나 많은지 트럭으로 네 차 분량을 하우스로 옮기는데 말 그대로 혼쭐이 났다.
내 일 같으면 짜증이라도 낼 수 있겠지만 매제 앞이라 그럴 수도 없고 대략난감의 시간이 길고 길게 느껴졌다.
나 같으면 쉼터와 팔각정 하나로도 충분히 여가를 즐길 수 있기에 더 이상 욕심을 내지 않았을 텐데 내일모레가 70줄인데 수억을 들여 이 공사를 왜 할까 싶었다. 다른 쪽으로는 매사 저런 희망과 욕구가 있기에 돈도 잘 벌고 시간만 나면 공도 치러 다니며 활동적으로 사는구나 싶기도 했다.
'모든 것은 시간이 해결한다.'는 말처럼 오후 다섯 시쯤 작업이 끝나고 "저녁 먹고 가라."는 말을 뒤로하고 빨리 씻고 눕고 싶어 집으로 향하는데 800여 평이나 되는 택지 둘레에 펜스를 다 치고 언제쯤 집이 완공될지 그리고 잔디 관리는 어떻게 할지 남일 같지 않게 걱정되었다.
전생에 베짱이를 조상으로 둔 나는 지금처럼 시원한 에어컨 공기 속에서 커피를 홀짝이며 덤으로 유튜버로 가요무대 노래를 들으며 농사 일기를 쓰는 게 최고의 낙이다. 더 이상 부러울 게 뭐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