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새벽 두세 시 무렵 날아오는 경매가 통보를 무시하기로 하고 휴대전화를 무음으로 돌리고 잠을 청한 탓인지 새벽 여섯 시까지 달콤하게 자고 일어나 밭으로 갔다.
도착 후 하우스 내부 정리를 한 후 먼저 아침을 먹고 대극천 햇가지와 이파리 제거 작업을 한 고랑 하고 열 시 무렵부터 3차 수확을 시작했는데 이틀 연속으로 따내서 그런지 상품 가치가 되는 게 별로 없다.
일찌감치 촌집으로 와 선별하는데 농진청으로부터 ‘14-16일까지 전국적으로 비가 와 탄저병 발생이 우려된다.’라는 톡이 오므로 출하를 한 후 농약사로 가서 내일 새벽에 칠 약을 미리 사고 집으로 오면서 우리나라, 만날 시끄러운 정치 빼놓고는 참 좋은 나라라는 생각을 했다.
씻고 안마의자에 앉아 아픈 허리를 달래고 있는데 “커피 한잔하자.”라는 친구의 연락을 받고 카페에 갔더니 “우리 외삼촌은 오늘 5킬로 한 상자에 얼마를 받았다는데 자네는 어떠냐?”라며 시세를 물어오기에 시장 및 지역별로 다르겠지만 나보다는 만원 적게 받은 것 같다고 했더니 “야, 자네 이제 농사꾼이 되었네”라며 응원해 준다.
지역별 격차가 아닌 친구 말대로 상품이 좋아 높은 가격을 받은 것 같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아직 멀었다 이 사람과 라며 손사래를 쳤지만 맘 한쪽 구석에서부터 슬며시 좋은 기분이 올라온다.
탄저병에 취약한 대극천, 수확을 일, 이주 앞두고 내일 밤부터 내리는 비로 인해 피해가 없으면 좋겠다.
‘농심은 천심’이라 했으니, 하늘도 알아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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