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잠시라도 움직이지 않고 마음을 쉬려고 하면, 금세 번뇌망상이 전파가 안테나를 통해 주파수를 찾아 헤매듯 머릿속으로 파고들어 뇌리를 복잡하게 한다.
차라도 타고 운전에 몰두해야 쓸데없는 생각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기에 바깥으로 나섰다.
속살을 훤히 내보이고 있는 산 풍경을 보노라니 산속으로 들어가 나무라도 붙잡고 어떻게 하면 뜨개질하듯 시간을 짜임새 있게 보내고 잠자리에 들 때 무의미하지 않은 하루였다고 안도하며 꿈속에 들 수 있을지 묻고 싶어진다.
그저 밥 한 술 먹고 텔레비전에 의지하다가 헬스장에 가고 습관처럼 카페에 들러 커피 한잔 앞에 두고 바깥 풍경에 멍하니 시선을 두었다가 저녁을 먹으며 반주 한 잔의 짜릿함에 행복을 느끼고 흔들의자에 앉아 각본처럼 움직이는 다른 분들의 삶, 즉 '사노라면'이나 '인간극장'을 엿보다가 잠자리에 들며 '이게 올바른 삶이 맞나?' 하는 생각으로 뒤척이다 여지없이 새벽 두세 시만 되면 깨어나 별 하나 나 하나, 별 둘 나 둘, 세기를 수십 번 하다가 다시 선잠을 자는 일상.
예전 부모님이 노환으로 편찮으셔서 병원으로 오갈 때는 평범한 하루가 그렇게 고마웠는데, 요즘처럼 한가하니 과거를 잊고 의미 있는 시간을 자꾸 찾게 된다.
농한기에는 육체는 쉬어서 편하지만 마음만은 쉼 없이 바빠 녹초가 된다.
'즐거움은 괴로움에서 나오고 괴로움은 즐거움에서 나온다.'라는 다산 정약용의 말처럼 이 겨울 끊임없이 고뇌를 하다 농사가 다시 시작될 즈음에는 확철대오의 기쁨을 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