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젊은 나이에 입사한 동기가 상반기 퇴직을 하였기에 점심시간을 빌려 조촐하게 축하하고 제2의 인생을 어떻게 꾸려나갈 것인지 계획을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동기들 중 제일 먼저 정년퇴임한 나에게 당시엔 궁금해하는 질문의 화살이 쏟아지곤 했었는데 이제 7명 중 다섯 번째 축하의 자리를 갖다 보니 모두 덤덤한 것 같다.
신분증을 반납하고 회사 정문을 나온 지 이제 4일 차이니 예전의 나처럼 실감이 안 날 수도 있을 테고 통장에는 퇴직금과 각종 상호부조 모임에서 받은 격려금들이 쌓여 있으니 캠핑카를 살까? 아니면 텃밭에다 체류형 쉼터를 만들지 갈등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대낮부터 반주를 곁들인 점심을 먹고 카페로 자리를 옮겨 백숙의 비린내를 커피 한 모금으로 입가심하는데 "형님 농사는 어떻습니까? 괜찮습니까?"라고 묻기에 자네는 구체적으로 잡아 놓은 계획이 있는가? 라고 물었더니 "현재로선 여행이나 하면서 맛있는 거나 먹고 그렇게 소일하려고 합니다."라고 한다.
성향과 취미가 다르기 때문에 좋다, 나쁘다 두부 자르듯 판단할 수는 없지만 농사는 힘들고 나한테는 안 맞더라.
물려받은 땅이 있으면 모르지만 굳이 땅을 사서 농막을 갖다 놓겠다는 로망은 그냥 동경의 대상으로만 하는 게 맞지 싶다. 라고 했는데 나름 계획이 있겠지.
집사람은 농사일 끝났다고 1박 2일 바닷가에 사는 친구 만나러 가고 지난 한 달처럼 새벽에 일어나 혼자서 첼로댁의 '너무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첼로 연주를 들으며 이 글을 쓰고 있으니 퇴직 후 봉화, 영주 고택에 숙소 예약을 해놓고 집사람으로부터 "그동안 고생했어요. 자 한잔 받으세요."라는 말을 들으며 저녁마다 지역 특산 막걸리잔을 받으며 행복해했던 생각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