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무소주이생기심 ·
오늘도 수확의 끝이 서서히 보이므로 택배 주문받은 것과 친구들에게 보낼 것을 먼저 선별하고 나머지는 청과 시장에 출하하기 위해 밭으로 향했다.
꽃망울이 맺힌 듯 예쁘게 달려있던 대극천들은 다 제 갈 곳으로 가고 듬성듬성 외로움에 몸부림치는 것들도 서로 제 역할 먼저 하겠다며 발갛게 홍조를 띠며 애처롭게 눈길을 보내온다.
애초에는 이것들을 언제 다 딸까 싶었는데 약 두 시간을 돌아다니다 보니 나무당 2~30개도 안 남은 것이 조금 아쉽다는 생각이 들며 사람 아니 내 마음도 이렇게 간사했었나 싶다.
하우스에 앉아 식사를 하려는데 앞 밭 주인이 가져다준 음료수에 대한 답례로 이름도 생소한 복숭아 몇 개를 주시며 "이거 맛 한번 보세요. 우와, 하우스 잘 꾸며 놓으셨네요."라며 부러워한다.
촌집에 와서 선별하는데 생각나는 친구들이 떠오르며 과일값은 그렇다 치고 택배비도 장난이 아닌데 사람 도리 한다는 게 쉽지는 않네 라는 생각이 슬며시 드는 걸 무주상 보시를 떠올리며 상(相)을 지웠다.
내일이면 복숭아 수확은 끝나지만 신초 정리 그리고 예초기 작업도 한 이틀쯤 해야 하고 그러고 나면 느긋하게 쉴 수 있으려나?
하지만 한 달 동안 새벽에 일어나 바쁘게 움직였던 게 몸에 익어 하루하루가 무료하게 여겨지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이제 헬스장에 등록도 하고 자전거를 타고 맛있는 커피와 빵 맛 투어로 삶을 즐기면 되려나?
편한 복장과 신발을 신고 집앞 카페서 맛보는 커피맛 참 좋으네.
작물

대극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