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무소주이생기심 ·
오지 말라는 아들에게 공항까지 짐을 실어준다는 핑계로 올라가 같이 하룻밤을 자고 한 번 더 포옹하고 헤어졌다.
많은 얘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말을 꺼내려니 자꾸만 목이 울컥거려 들키지 않으려 수차례 감정을 추슬렀다.
공항에서 웃으며 돌아서는 아들의 얼굴에 우수가 빠르게 스치고 지나는 걸 보고 나니 맨가슴에 차가운 얼음을 얹은 듯 많이 시렸다.
경기도를 벗어날 즈음 "이제 출발하는데 공항에 도착하면 연락할게."라는 전화를 받은 집사람이 참았던 울음을 터뜨린다.
갑자기 시야가 흐려 얼른 눈을 훔치고 운전대를 두 손으로 꼭 잡았지만 차가 흔들리는 것 같아 휴게소로 들어갔다.
집사람이 안 보는 화장실에서 격정을 삭이며 가장이란 책무도 참 힘들다는 생각을 하며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는데 지나치는 사람이 힐끗 쳐다본다.
나인들 왜 엉엉 소리 내어 울고 싶지 않으랴?
여자는 엄마란 이유로 아무 때나 울음으로 슬픔을 표현해도 부끄러울 것도 없지만, 남자는 속내를 감추고 무방비로 찔끔 나오는 눈물마저도 몰래 훔쳐야 하는 불편함을 오롯이 감내하며 흐트러짐이 없어야 하니 말이다.
새벽에 중간 기착지인 시애틀에 도착하였다며 카톡을 보내왔는데 몸살기는 괜찮은지, 밥은 먹었는지 톡을 주고받는데 마침 혼자인 시간이라 예전 호주 유학 때부터의 생각이 떠오르며 하염없이 눈물이 나왔다.
'품 안의 자식'이란 말이 있듯, 제 아들 "어학연수 보내는 셈 치고 자주 있는 기회가 아니다."라며 간다는데 나도 그랬으니 너도 부모 곁에 있으라고 할 수도 없으니 훨훨 날도록 놔둬야지 별도리가 없지 않겠나?
사랑하는 피붙이를 이승에 놔두고 먼 길 떠난 부모님들, 타국으로 어학연수 보낸 기러기 아빠들 정말 존경스럽다.
벌써 많이 보고 싶은데 어떡하지?
주체할 수 없는 보고픔 때문에 한바탕 앓고 나면 괜찮으려나?
한 아파트 아래 위층에 딸, 아들, 손자, 손녀를 끼고 사는 분들은 전생에 나라를 구한 공이 있는 것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