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무소주이생기심 ·
오늘은 비가 온 뒤라 땅이 질척할 것 같아 오후에 맑으면 약이나 쳐야겠다고 계획하고 있었는데 여지없이 "밭에 가서 부추 베서 친구도 줘야 하고 신초 정리도 마저 하자."라며 일어나길 권한다.
예상했던 대로 밭에 들어가니 장화에 흙이 붙어 무겁기도 하고 미끄럽다.
비싼 휘발유 값을 아끼지 않고 십오 리를 달려온 터라 부슬부슬 비가 내렸지만 비옷을 입고 작업하기로 마음먹고 빠진 적과도 하며 신초 작업을 해나가니 평소보다 허리가 더 아프다.
하루가 다르게 복숭아가 굵어지고 있으니 처진 가지도 많아 지줏대에 낙하산 줄로 묶고 웃자란 잡초도 뽑아줬다.
그런 와중에 지대가 조금 높아 우리 밭만 냉해 피해를 입었나 싶었는데 농협에서 '재해를 입은 농가는 보험 사고 접수를 하라.'는 문자를 보내 왔다.
내용으로 보아 기온의 높낮이가 심해 다른 농가들도 피해를 많이 입은 것으로 생각되는데 대극천은 아예 보험 가입이 안 된다니 가격은 차치하고 이런 것이라도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정책 입안을 해서 농부들이 자연 재해에서 만큼은 조금 자유로웠으면 좋겠다.
열한 시쯤 신초 정리를 끝내고 나니 여러 숙제 중 두 가지는 끝냈다 싶어 마음이 가볍다.
오는 길에 농협에 들러 경제부에선 면세유 연동 보조금 신청을, 창구 보험 담당자에겐 재해 접수를 했다.
작업 중 잎을 보니 벌레 먹은 게 제법 있는 것으로 보아 내일은 약 처방을 꼭 해야 하는데 비 예보가 자주 잡혀 있으니 걱정이다.
오후엔 커피를 한잔하러 갈까? 자전거를 탈까? 망설이다가 안마의자에서 깜빡 잠이 들었는데 뜬금없이 명상반 총무님이 "부처님 오신 날 차공양, 등공양 중 하나는 담당을 해야 되니 오는 토요일 연습하러 오세요."라고 전화를 주셨다.
응급결에 등 공양을 하겠다고 하긴 했지만 지혜의 등불로 무명의 어둠을 걷어내고, 업장은 소멸되며 광명의 길을 열게 해야 하는 소임을 맡을 자격이나 되는지 모르겠다.
작물

대극천

신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