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무소주이생기심 ·
오늘은 손자와 노느라 가보지 못했으니 밭에 가 봐야 하지 않겠냐는 집사람의 의견을 따라 일곱 시쯤 차에 올라 시동을 걸었다.
12도의 아침 기온은 조금 쌀쌀하게 느껴졌다.
도착하자마자 관수를 해놓고 집사람이 2차 무 솎기 작업을 하는 동안 전정을 하다가 아침을 먹고 나서는 들깨를 벴다.
아픈 허리를 다스려가며 쉬엄쉬엄 베어 나가는데 고소한 향이 코를 찌르기에 온몸에 스며들어 깨 향이 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일어나 허리를 이리저리 돌리는데 울산에서 서울로 향하는 고속열차가 쏴아 하는 소리를 내며 북쪽으로 꽁무니를 뺀다.
문득 손자에 대한 그리움이 목젖에 걸리며 가슴이 아릿하다가 3박 4일 동안 온몸을 부대끼며 뛰어놀았던 잔영이 또렷하게 떠오른다.
지금쯤 학교에서 친구들과 연휴 동안 있었던 얘기들을 나누며 재미있게 놀고 있으리라 짐작하며 다시 낫질을 했다.
열 시를 넘어서자 으스스하던 기온은 온데간데없고 이마에는 땀이 맺힌다.
커피가 당겨 하우스에 들어오니 집사람이 솎은 무를 다듬다가 "배추에 물이 안 가는 곳은 호스를 조정해서 흠뻑 가도록 해주세요."라고 한다.
네, 알겠습니다.
근데 커피 한 잔 하고 나가면 안 되겠습니까? 했더니 "그래라."라고 한다.
정식 후 한 달 일주일 만에 배추 잎이 이제 장갑 한쪽보다 더 커졌다.
작물

배추

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