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아무런 지병이 없어 늘 건강을 자랑하던 집사람이 "왜 이렇게 피곤하노?"라는 말을 3~4일 달고 지내더니 결국 어제 아침에는 "목이 왜 이렇게 따끔거리는지 모르겠다."라고 하며 축 처져 있기에 빨리 병원에 가서 링거 한 대 맞고 오라고 했었는데 오늘 아침에는 그새 좋아졌는지 "밭에 가자."라며 단잠을 깨운다.
집사람이 익은 고추와 가지를 따는 동안 신비 도장지 정리를 하는데 저 멀리서 "여보!!!" 하는 소리가 들리기에 왜?라고 답해도 자꾸만 불러대므로 못 들은 척 전정만 하고 있으니 벌레 먹은 고추 한 바가지를 코밑에 들이밀며 "이거 봐라. 어떡할래?"라고 한다.
"이 사람아, 나보고 어쩌라고?" 했더니 "약 쳐야지 뭘 어떡해?"라기에 "허허, 벌레도 먹고 사람도 먹고 그렇게 사는 거지 어떻게 또 약을 치노?" 하고는 돌아섰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지난번에 막걸리를 너무 많이 넣어 단맛 때문에 그런가 싶어 이번엔 칼슘과 사과 식초를 조금 많이 넣고 술은 빼고 쳐야겠다 싶어 하우스에 들어와 솔잎즙에다 물을 넣어 한 사발 들이켜고 분무기를 꺼내었다.
땀을 많이 흘린 탓인지 젖은 바지는 장화 속 발에 눌려 자꾸 흘러내리고 눈을 깜빡이며 속으로 파고드는 땀을 배출하려 해도 따갑기는 매한가지다.
김장김치에 쓸 고추라 농약을 적게 치고 태양초를 만들려니 벌레란 놈이 용하게 알고 자꾸 덤벼 마누라한테 욕 얻어먹게 한다 싶어 줄기마다 흠뻑 쳤더니 식초 냄새가 진동한다.
밭둑에 가죽나무와 방풍초, 옥수수를 심어두면 농작물에 벌레가 적게 달려든다고 하여 그렇게 하였건만 별 효과가 없는 것 같기도 하고 다른 밭에 비하면 피해가 덜한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애매하다.
컵라면으로 아침을 먹는데 "오후엔 군마트에 가서 견과류도 사고 장 좀 볼래?"라고 묻기에 내가 힘이 있나? 마누라가 가자고 하면 가야지 했더니 "아이구 애도 아니고 그렇다고 때릴 수도 없고... 왜 저렇게 장난스럽게 사는지 모르겠다."라고 한다.차로 15~20분이나 달려야 갈 수 있는 군마트, 얼마나 싼지 모르겠지만 실상 면세가 되어 가격이 제법 싼 술은 못 사게 하면서 자꾸 가자는 마누라의 명을 거역 못 해 또 운전대를 잡는다. 기름값은 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