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무소주이생기심 ·
출국 전 2박 3일간 오붓하게 가졌던 가족 모임은 아이들을 어제 역에서 배웅하는 것으로 끝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새벽 5시에 일어나 밭으로 왔다.
대형 약통에 물을 받고 미생물과 칼슘, 아미노산을 넣고 저은 후 분사 호스로 살포하며 뿜어져 나오는 물줄기에 멍 때리고 있으니 잠자며 꿈을 꾸는지 뒤척대는 손자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촉감 좋은 손을 잡고 가슴 토닥였던 장면이 떠오른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후 전정 가위를 들고 신초 정리를 해나가는데 수년 전 캠핑했었던 동촌유원지를 다시 찾아 여기서 오리배 타고 놀았던 기억이 나는지 물었더니 "생각이 난다."라며 개미 찾기에 여념이 없던 손자의 모습이 생각나 잠시 하늘을 쳐다봤다.
앞 밭에선 이제 적과를 하는지 "참 좀 드시러 오세요."라며 부르는 소리가 들렸으나 방금 아침을 먹었다며 가지 않았더니 기어코 빵과 음료수를 갖고 오셨기에 답례로 시원한 박카스 한 박스를 가져다 드렸더니 여덟 명의 아주머니들이 "잘 먹겠다."라며 고마움을 표하신다.
주인 내외 포함 열 명의 일손이니 다른 곳에 더 넓은 밭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금방 일을 끝내지 싶다는 생각이 들며 부러웠다.
복숭아를 살펴보니 하루가 다르게 굵어지며 붉은빛이 나고 이틀 동안 보지 못했던 호박에도 물을 주고 고추를 살펴보니 며칠 전 준 요소 때문인지 검푸른 색을 띠며 잘 크고 있다.
머리 위로 날아가는 비행기 소리에 쳐다보는데 역에서 제 동생에게 "잘 갔다 오라"며 눈물 글썽이던 딸내미 모습이 떠오른다.
하나밖에 없는 조카라고 신발과 옷도 사주고 용돈도 쥐여주던 사려 깊은 딸내미 역시 내 마음 같겠지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진다.
지난 겨울에 꽃게 가루를 뿌려서 그런지 부드럽게 자란 부추를 한 소쿠리 베어선 동네 친구들에게 나눠 준다며 들고 들어오더니 "더 덥기 전에 집에 갑시다."라며 정리를 재촉한다.
남들은 해외 발령을 축하한다고 하지만 난 그저 평범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 외에 달리 욕심이 없으니 이게 잘못된 처사인지 모르겠다.오후에는 집에만 있으려니 자꾸 우울한 기분만 들고, 카페에서 혼자 커피나 한잔하며 그리움을 달래볼까?
아니면 펑크 난 자전거를 수리해서 한 시간을 달려 어제 손자랑 놀았던 유원지에나 가볼까?
작물

대극천

신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