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저녁 케이블 TV에서 쏘 시리즈를 봤습니다. 1편인지 2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보는 내내 극한의 공포에 대해 생각 하게한 프로그램이었죠.
나도 내 인생에 저런 공포감을 느낀 적이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 문득 30여 년 전 이맘때가 생각났습니다. 웃긴다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어떤 음식을 앞에 두고 그런 극한의 공포감을 느낀 적이 있었습니다.
바로 홍어죠. 음식이야 안 먹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 자리가 처가에 첫 인사드리러 간 자리였다면...
제 고향은 무주 구천동 산골 제 아내는 전라도 섬처녀 물론 둘 다 어렸을 때 도회지로나와서 만났지만. 하지만 여전히 무주 촌놈과 전라도 섬 처녀가 만나 처음으로 처가에 인사드리러 간 저녁시간 장모님이 말바우 시장이란 곳에서 아는 분에게 직접 공수해 오셨다는 홍어가 마루에 놓여 있었습니다.
홍어가 든 박스를 개봉하는 순간 저는 10여 년간 잊고 지냈던 중학교 운동장 구석진 자리에 있던 재래식 화장실의 추억의 냄새가 생각났습니다.
" 오 냄새가 제대로 삭았는데" " 오 이거 진짜 제대론데.."
여기 저기서 처가식구 들의 함성이 들렸습니다. 냄새는 좀 그렇긴 해도 접시에 가지런히 놓인 홍어는 떼깔도 윤이나고 크기도 회를 떴다기보다는 포를 떴다고 할 정도로 일단 먹음직스럽게 보이긴 했습니다. 생전 처음 먹어보는 홍어 맛이 어떨까 하는 기대감으로 한 점을 입에 넣었지요.
"으...앗 "
그 중학교 운동장 구석진 자리에 있던 재래식 화장실에 놓였던 나프탈렌 을 입안에 머금었다고나 할까요? 몇십 년간 만성 비염으로 막혔던 코가 한 방에 펑 하고 뚫렸습니다. 씹지도 못하고 넘기지도 못하고 입안에 계속 침만 고이고ㅠㅠ
"최서방 많이먹소"
장모님의 한마디에 저는 눈물을 머금고 넘겼습니다. 그러자 장모님 젓가락의 홍어가 다시 제 입으로... 정말 공포였습니다. 전 그렇게 정신없이 나폴탈렌 몇 개를 삼켰습니다.
이때 한 줄기 빛이 보였습니다. 아내가 국 한 그릇을 제 앞에 놓았지요. 정말 눈물 나도록 국이 고마웠습니다. 뽀얀 생선국 같이 보였습니다. 숟가락 아니 국 그릇을 들고 한 모금 벌컥 들이키는데,
"이건,,또...뮈야!!!!"
아까의 홍어회가 나프탈렌을 입에 머금은 맛이었다면 이 국은 그 나프탈렌을 이빨로 잘근잘근 씹은 맛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