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아내에게 화이트데이 사탕 선물 주는 날 이번에도 지나갔지만. 그래도 사탕을 몇 개 사서 아내에게 선물을 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이런 성의 없는 행동에 아내의 제동이 들어오더군요.
" 이런 상투적인 거 말고 제대로 된거 선물을 해줘라. 이왕이면 귀걸이로"
아내가 이제는 살 만큼 살았다고 대놓고 선물 얘기를 합니다
" 여자는 말이야. 선물 가격이 문제가 아니라 남편의 성의를 바라는 거야."
저는 이 말을 너무나 순수하게 받아들였나 봅니다. 아내몰래 인터넷으로 액세서리 쇼핑을 시작했죠. 가격대별로 잘 나와 있더군요. 5만원짜리 이하를 검색하다가 뭐 히트 상품이라고 하는 1만 2900원 하는 귀걸이 하나를 골랐습니다.
물론 돈도 없었지만 가격이 아니라 성의라는 아내의 말을 되새겼죠.
저는 물건이 택배로 도착하자마자 기쁜 마음으로 휴대폰으로 찍어서 아내에게 전송을 했습니다. 자기야 진짜 샀구나. 어머 너무 이쁘고 고급스러워 보인다. 란 문자가 오더군요. 전 내심 흐뭇해하며 또한 저의 탁월한 안목을 뿌듯해하면서 집으로 향했습니다. 집에 들어가자마자 아내는 제턱 밑에 두 손을 모아 가며 채근을 했습니다. 전 주머니에서 포장된 선물을 꺼내 밀었죠. 딱 여기까지가 저의 행복이었습니다.
" 어? 케이스가 없네...."
케이스? 뭔 소리지?...?
아내는 선물을 꺼내 들곤 이리저리 고개를 갸웃거리더군요.
" 이거 아까 당신이 나한테 핸드폰으로 전송한 그거 맞아? 보석이 안박혀있네...."
하면서 휴대폰을 꺼내 들고 제게 보여주더라고요.
" 엥?""¡¡¡
아내의 휴대폰에 저장된 사진은 분명 제가 보낸 게 맞는데 빛의 반사 때문인지 정말 링테두리에 12개의 보석이 박혀 있는 것 같았습니다. 아내는 심드렁한 표정이었지만 고맙다는 말은 잊지 않고 귀걸이를 하더군요. 몇 분이 흐르고 ... 아내가 새초롬 한 표정으로 절 불렀습니다.
" 이거 도금은 맞습니까?"
존댓말이 나오면 뭔가가 있다는 동물적인 감각에 전 방어태세에 들어갔습니다
.".. 글 쎄 ...맞겠지..."
" 이 귀걸이 한지 10분도 안 돼서 뒤에 덧났습니다. 가서 연고 좀 가져오세요."
"이런..."
" 얼마짜리야 이거 한 5만원?" " 음 그러면 내가 객관식으로 맞춰 볼까?"
" 1번 14900원 2번 29900원 3번 9900원 4번 5000원에 배송료 별도 몇 번이야?"
저는 속으로 정말 악소리가 났습니다. 보기 2번 100원 오차도 없이 딱 맞춰 버리네. 전 묵비권을 행사하며 방을 빠져나갔습니다. 식탁에 놓여 있는 먹다만 커피 한 잔을 마셨습니다. 아들놈이 슬슬 따라나오며 한마디 하더군요.
" 아버지 싸구려 사 와서 엄마 주려다 딱 걸렸지?"
저는 아들놈 어깨를 잡고 말했습니다
" 아들아 너는 혹시 여자가 뭐 사달라고 가면 성믜가 어쩌고저쩌고 그렇게 말을 해도 그냥 몇달 점심 라면으로 때우더라도 확실하게 질러라. 시원하게 알았지? 질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