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그냥 한번 팅겼습니다. 이러면 보통 왜 라는 문자가 와야 되는데 30년을 넘게 살다 보니 아내는 저를 너무 잘 압니다.
"내가 살게 쪼잔이 아저씨 "
저야물론 바로 콜했습니다. 새로 생긴 뼈구이집에서 아내와 마주 앉았습니다. 아내는 대뜸 테이블 위에 3만원을 올려놓고 .
"내가 3만원까지는 사주고 나머지는 자기가 알아서 해"
뼈구이 1인분에 1만5000원인데 ...
저는 뼈구이 2인분을 시키고 테이블 위에 1만원을 올려놓고 콜라 한 병과 맥주한병을 시켰습니다. 아내가 공기밥 하나를 더 주문하더군요. 저는 아내와 테이블을 번갈아 쳐다보며 눈짓을 보냈습니다. 아내가 어이없는 표정을 잠시 짓더니 1만원 한 장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습니다. 초등학생들이 분식집에서 떡볶이 더치페이 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나이 60이 넘어. 별 짓을 다 합니다. 그러면서 아내는 맥주 한 병을 더 시킵니다
제 아내는 뼈구이집을 좋아합니다 그리고 맥주를 좋아합니다.
맥주가 몇 잔 들어가면서 아내는 항상 마주 앉아 있는 나를 자기 옆자리로 부릅니다
"우리가 어디 불륜이냐? 옆에 앉아서 먹게 부부는 마주 앉아서 먹는 거야"
이렇게 저는 항상 주장하지만 아내는 아무 말 없이 저와 의자를 번갈아 쳐다보며 으름장을 놓습니다. 연애할 때는 그렇게 옆에 달라붙어도 불편한지 모르고 음식을 먹었는데 언제부턴가 마주 앉아 먹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아내가 발그스레한 얼굴로 속삭였습니다
" 우리 둘이 있을 때는 남들이 볼 때 불륜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좀 행동 좀 하자."
구이판의 온기가 따스하게 느껴지는 분위기에서 같은 또래 친구 부부 이야기 이런 저런 이야기들로 아내는 맥주잔을 비워갔습니다.
이렇게 39000원의 저녁만찬을 즐기고 아내와 저는 집까지 한 20분 거리를 걸었습니다. 물론 걸어오면서 아내가 주장하는 아주 불륜스럽게 길거리의 반짝이는 간판도 보고 서로를 번갈아 쳐다보며 야릇한 표정도 지어보고, ㆍㆍ
어디선가 귀에 익은 음악 소리가 들립니다. 엘튼죤의노랫소리입니다. 무의식적으로 노래를 흥얼거리며 걷는데 아내가 휴대폰을 받더군요. 아내의 벨소리였습니다. 아내의 컬러링은 많이 들어서 알고 있지만 아내의 벨소리는 사실 몰랐습니다
오늘 30년지기 아내와 저녁도 먹고 아내는 맥주 두병을 마시고 기분이 좋습니다 그리고 저는 아내에 대해 두 가지를 알았습니다. 아내가 학창 시절에 시험이 끝나면 친구들과 롤라장에서 모던 토킹의 음악에 맞춰 롤라장에 주름잡던 사실을 그리고 두 번째는 아내의 벨소리...
새삼 같은 동시대를 살아왔고 동시대를 살아가고 또한 동시대를 살아갈 아내가 참 예뻐 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