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쇼핑을 했습니다. 모처럼 만입니다. 결혼 기념일을 맞아 제가 먼저 아내에게 쇼핑을 제안했지요. 난 처음부터 호기를 부렸습니다
,, 오늘은 특별한 날이니까 얼마 한도 내에서 당신 사고 싶은 거 다사고 옷 사고 쇼핑시간도 무제한이니까 부담 가지지 말고 차분하게 쇼핑을 해.,,
,, 정말 정말 정말?,, 콧소리까지 내며 신났습니다. 아주
쇼핑 10분... 아내는 옷가게가 밀집한 번화가를 찾아서 첫 가게부터 힘차게 들어간다. 항상 첫 멘트는 주인이나 아내나 똑같다
,, 뭐 특별하게 찾으시는 거 있어요? ,,
식사하다 뛰쳐나온 가게 주인의 물음에 아내는 구경 좀 할게요 라고 기계적으로 대답한다. 그리고 이것저것 둘러보고 다시 올게요. 란 짧은 말을 남기고 가게를 나온다 나와서는 꼭 밖에 전시돼 있는 옷을 한 차례 더 뒤져본다
나는 아내를 따라 들어간다. 난 옷가게의 조명이 싫다. 뭐 이유는 따로 없다. 그냥 싫다 그리고 너무 덥다. 옷가게 사장님이 입을닦으며 나온다. 신기하게 옷가게에 들릴 때면 사장님들이 식사하고 있을 때가 많다. 식사라도 맘 놓고 하셔야 되는데 난아내의 가방과 윗옷을 번갈아 받아들고 아내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괜찮네. 별로 라는 멘트를 가끔 날려준다.
쇼핑30분
아내는 큰길가에 있는 옷가게는 벌써 4~ 5곳을 둘러봤다. 이쯤 되면 아내는 요즘 유행하는 스타일을 알아차리고 작은 푸념을 한다
,, 옷도 뭐 자주 사러 나와봐야 유행을 알지?,,
그리고 옷 하나를 발견 하곤 잠깐 보다가 후다닥 다시 집어넣는다. 이젠 인사도 안하고 나온다
나는 아내를 따라 가게에 발을 들여놨어도 먼 발치서 멀뚱히 서 있다. 아내가 방금 집었다가 후다닥 넣어둔 옷의 가격표를 확인했다. 더 깊숙이 집어넣는다. 처음으로 아내에게 질문을 한다.
,,뭐 특별하게 고르는거 있어?,,
이제는 가게 주인이 하는 멘트를 내가 대신하고 있다
쇼핑1시간
아내는 이젠 옷가게를 다 들러보지는 않고 밖에서 대충 보고 골라서 들어간다.
이때부턴 아내는 뭔가 특정한 품목만 골라서 찾는다. 물론 속도도 많이 빨라졌다. 가끔 내 눈치를 보는 듯도 하다
나는 아내에게 그냥 지나치는 가게는 뭐냐고 물었다
,, 안에 아줌마 손님들이 많잖아 여긴 아줌마 스타일인가봐.,,
내가 보기엔 아내와 비슷한 또래의 아줌마들 같은데... 난 이제 가게에 안 들어가고 길가에서 서성인다. 가끔 가게 안에서 아내가 날 보며 씩 웃는다. 난 그냥 외면한다.
쇼핑 1시간이후
이제 아내는 길거리 매장을 벗어나 패션타운에 들어섰다. 이제부터는 본격적인 쇼핑을 시작하려는 듯 힘찬 발걸음을 다시 내딛는다. 드디어 재킷 하나를 골랐다. 연이어 티셔츠 하나도 고르더니 스포츠 가방도 하나 고른다
나는 패션타운에 들어와서 아내를 잠시 놓쳤다
아내는 100만 돌이다. 대단한 에너지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마음가짐인가보다 매장 거울에 비친 내 눈가에 다크서클이 생긴다. 불과 1시간만에 생긴 눈가의 그늘이다. 아내가 재킷 하나를 고르더니 거기에 받쳐 입을 티도 하나 골라야 한단다. 티셔츠를 하나 고르더니 이젠 옷에 맞는 가방도 하나 골라야 한단다. 아내가 고른 물품대를 계산하며 아내에게 넌지시 물었다.
,, 사는 김에 바지도 하나 사지?,,
아내는 예상 밖으로 시큰등해하며
,, 스키니진 하나 사고 싶은데 그러면 거기 맞는 신발도 하나 새로 사야 한단 말이야. 신발 값이 제일 비싸.,,
아내는 은근히 한 번더권해보라는 눈치다. 나는 그냥 무시했다. 비용적인 측면보다는 스키니진 이라는 말에 뭇 남성들의 눈 건강을 위해서 무시한 거다. 이렇게 해서 1시간 반을 걸친 쇼핑의 막을 내렸다
나는 가끔 이런 상상을 해봅니다. 누군가 나에게 고문을 해서 자백 같은 걸 받고 싶다면 어떤 고문보다는 정말 당신이 이렇게 자백 안 한다면 우리도 할 수 없지. 이 자식을 마누라랑 1시간 쇼핑 시켜!! 그럼 나는 바로 자백을 할 것 같다.
아내가 저에게 준 결혼기념 선물은 며칠 전에 혼자 쇼핑하고 고른 점퍼와 바지, 점퍼는 생각보다 무난해서 다행이지만 문제는 바지입니다. 여름철에 사준 힙합 칠부 바지에 이어 건빵바지입니다. 여기서 잠시 푸념 한마디 해야 하겠습니다. 난 아내와 쇼핑을 했을 뿐이고 돈만 내줬을 뿐이고 아내는 나한테 건빵 바지를 사줬고 난 그 건빵 바지가 정말 입기 싫을 뿐이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