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어제에 이어 아들이 주고 간 무선 이어폰을 집사람과 하나씩 나누어 끼고 7080 노래를 들으며 전정을 했는데 한결 힘이 덜 든다.
원래 음악이 리듬에 따라 사람의 기분을 좌우하는 묘한 능력이 있다고 한 것처럼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나뭇가지를 주워 모으는 집사람은 연신 콧노래를 흥얼거린다.
나 역시 가사를 되새김하며 듣다 보니 허리 아픈 것도 잊고 4~5그루를 쉬지 않고 할 수 있었는데 마침 양하영 님의 '아~ 어쩌란 말이냐 흩어진 이 마음을, 아~ 어쩌란 말이냐 이 아픈 가슴을' 하는 구절에서는 잠시 하늘을 쳐다보며 긴 호흡을 했다.
한때는 청순한 마음도 갖고 있었고 얼굴도 고왔었는데 이제 마음도 몸도 거울 앞이나 카메라 앞에 서기 꺼려질 만큼 늙었다고 생각하니 세월이 참 덧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마지막 고랑으로 넘어와서는 컴퓨터를 처음 배울 때 독수리 타법에서 시작해 숙련이 되자 자판을 보지 않고도 잘 다룰 수 있었던 것처럼 잘라야 할 가지들이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음악도 일정 부분만 체력을 북돋을 수 있는지 열두 시가 되자 배도 고프고 커피도 당기기에 잠시 쉬라는 신호인가 싶어 하우스로 향했다.
복숭아나무에 관수를 해놓고 라면 물이 끓는 동안 밖을 멍하니 쳐다보니 햇살도 투명하고 밭 풍경이 참 평화롭다.
집에서 텔레비전을 끼고 넷플릭스에 올라온 말초신경까지 자극하는 영화에 몰입하는 것도 좋지만 햇살을 듬뿍 받으며 음악을 듣거나 나뭇가지에 앉은 까치소리에 귀를 맡기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