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대극천 복숭아나무 3일차 전정을 했는데, 수세가 좋아 목표치의 절반밖에 하지 못했다.
한 나무를 손질한 후 옆 나무로 옮겨 가면 덜 자른 부분이 눈에 띄어 다시 되돌아오곤 하다 보니 속도가 붙지 않는다. 거기다가 허리가 아파 앉았다 일어서기를 반복하니 일은 더욱 느려지고, 점심시간은 다가오는데 밭고랑 끝은 저 멀리 까마득하다.
허리가 너무 아파 잠시 쉬려는데 배추를 살피던 집사람이 "여기 와 보라"는 명령을 내리기에 재빨리 다가가니 "알도 안 찼고 뜨물도 끼어 있는 것 봐라. 올해는 이것 가지고는 김장 못 한다"라고 한다.
내가 농사를 못 지어 그런 게 아니라 날씨가 안 도와줘서 그런 걸 어떡하냐고 하는데 "여기도 벌레 끼어 있네"라고 하기에 짜증 섞인 말로 "그럼 뽑아서 버려라" 하고는 돌아서 내뺐다.
점심 먹으라는 소리에 하우스로 들어오니 컵라면에다 '카누' 커피까지 타 놓고는 "봐라, 미리 커피까지 타 놓는 마누라가 요즘 어딨노?"라고 하기에 "이 사람아, 일꾼한테 커피 타 주는 건 당연한 건데 뭘 그렇게 생색 내냐?" 했더니 "이 밭이 누구 명의로 되어 있노? 내가 일꾼이지"라며 반박한다.
"이 사람아, 명의만 내 것이지 내가 재산권을 행사할 수 있나? 뭐가 있노? 당신 시키는 대로 할 뿐인데" 했더니 "빨리 커피나 마시고 두 나무 더 하고 가자"며 채근한다.
느긋하게 음미하기는커녕 숭늉 마시듯 후루룩 마시고 하우스에서 쫓겨났다.
아이고, 허리야. 아직 3~4일은 더 해야 하고, 파쇄기를 빌려와 가지를 파쇄 후 거름도 해야 하는데 걱정이다.
날씨는 놀러 가기 딱 좋고 저 멀리 KTX 지나치는 소리와 하늘을 날아가는 제주행 비행기가 마음을 싱숭생숭하게 한다.
연세가 있으시면 아프고 쑤시는건 당연하지 않나요. 그래도 잔소리? 충고하시는 아끼는 아내가 계시니 행복한거 아닌가요. 40여년 함께 사시는 울 마님은 논이 어디 어디 있는지 밭이 어디 있는지 알고싶어 하지도 않아해요. 가까운 밭 들깨잎 따신다고30분정도 2번 와보고 이젠 서울에 사니 밭이나 논엔 관심도 없어요. 힘들때는 화를 내고 싶어도 차마그럴수 없는 요즘 남자랍니다. 96세 든든하신 어머니가 척척 해주시니 큰 어려움은 없으니 다행 아닌가요. 92세 당숙어르신과 어머니ᆢ
글을 구수하게 쓰셔서 눈 앞에 광경이 떠 오르네요 요즘 해가 짧아서 뭐 좀 잠깐하면 하루가 금방 지나가네요 그래도 안전이 제일이니 안전하게 천천히 하세요 저도 며칠 전 서리태콩 탈곡하면서 너무 힘들어 지인에게 콩 농사 너무 힘들다 하소연 하니 신랑한테 일당 받으라고 하시네요 여기는 오늘도 영하 7~8도라 많이 추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