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무소주이생기심 ·
이번 추석에는 아들도 이역만리 타국에 있고 손자도 제 아버지 곁으로 가기 전 외할머니 생신을 해외에서 보낸다며 출국하고 없어 막내 외에는 올 사람이 없는데도 며칠 전부터 군마트를 시작으로 서너 군데를 다니며 장을 봤다.
추석 전전날 저녁부터 주방에서 고사리를 삶고 끊임없이 달그락거리며 각종 부침개 준비를 하고 어제는 오전 내내 마당에서 전을 부치고 고등어와 조기 등 어물을 구웠다.
먹을 사람이 없어 조금씩 한다고 해도 가짓수는 다 채워야 하니 옆에서 성의껏 도와줘도 힘든 과정이 눈에 선하게 들어온다.
코로나19 이후 집안 식구들이 안 가고 안 오는 것으로 명절 풍습이 바뀐 게 참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예전 같았으면 준비 과정은 차치하고 시끌벅적 음복을 곁들인 식사를 마치고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나면 설거지 등 뒷정리를 하는 데 보통 1~2시간 걸렸으니 말이다.
최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통계를 보면 65.3%가 설, 추석 명절을 안 지낸다고 하니 점차 매장 문화가 없어진 것처럼 고유의 풍습도 사라지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불쑥 든다.
하기야 딸, 아들 둘밖에 없는 나부터 아들은 직장 때문에 해외에 나가 있으니 언감생심 명절 차례를 어떻게 기대할 수 있겠으며 지금도 이렇게 피곤한데 칠십 줄 넘어가면 냉수 한 그릇 떠놓고 지내면 몰라도 구색을 갖춘 차례상 차림은 어렵지 않겠나 싶다.
볼일이 있다며 아침을 먹고 집을 나서는 동생과 제수씨를 배웅하고 나니 평소처럼 단둘이 되었다.
카페나 가서 커피나 마실까 했지만 벌써 한 잔했으니 꺼려지고 영화를 보려 해도 평점이 좋은 오디세이는 이미 보았으니 볼 만한 게 없다.
허물없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자식들과 손자가 없으니 이번 추석은 왠지 허전하다.
예전 엄마 아버지도 이런 마음을 가지셨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