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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보성 서희수
금융전문가 출신 농업인·2026-05-25T01:52:00Z
2026.05.23.(토)

5월의 들녘은
한 해 농사의 시작을 알리는 분주함으로 가득합니다.

오늘은 모내기를 하는 날입니다.

요즘은 기계가 대부분의 일을 대신하다 보니
모내기를 쉬운 일쯤으로 생각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직접 현장에 서 보면 농사는 결코 단순하거나 가벼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몸으로 느끼게 됩니다.

서울에서 고향 벌교로 내려온 지도 어느덧 13년이 되었습니다.

직장생활과 함께 농업을 이어가고 있는 이유는
농업이 우리 삶의 근간이자 반드시 유지·계승되어야 할 소중한 산업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서울에서 공무원으로 재직 중인 막내동생도 모내기를 돕기 위해 내려왔습니다.

누님의 전화를 받고 아침 6시 50분경 일어나
오전 10시쯤 예정된 모내기를 준비했습니다.

형과 동생은 새벽 6시부터 이미 논에서 모판을 꺼내
논둑 위에 정리해 두고 있었습니다.

오늘 작업할 논은 다섯 곳, 약 3,000여 평입니다.

모판 255개를 심어야 했고
비료 30포와 제초제 11포, 모에 살포할 살충제까지
두 차례에 걸쳐 실어 날랐습니다.

이어 모판 위에 살충제를 뿌린 뒤
잠시 집으로 돌아와 닭들이 마당에 흘려놓은 분비물을 물청소하고
이양기를 기다리며 동생과 라면으로 늦은 아침을 먹었습니다.

하지만 약속 시간이 지나도 이양기는 오지 않았습니다.
전화를 해보니 다른 일정이 생겨 정오쯤 도착한다고 합니다.

기다리는 동안 논으로 나가
높낮이가 맞지 않는 곳을 고르는 작업을 했습니다.
쉼 없이 반복하다 보니 흐르는 땀이 눈으로 들어와 따가웠습니다.

일기예보와 달리 비도 내렸습니다.
많지는 않았지만
오늘 날짜를 잘 잡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오가 되어 다시 연락했더니
이번에는 이양기가 고장 나 순천으로 부품을 구하러 갔다고 합니다.

저녁에는 순천 모임 일정도 있어 마음이 조급해졌습니다.

형과 동생 셋이 벌교 읍내에서 점심을 먹고 돌아오는 길에
드디어 이양기가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서둘러 논으로 향했고
그때부터는 이양기에 모판을 올려주는 일을 반복했습니다.

육묘장 옆 논 작업이 2/3 정도 진행되었을 때
혼자 큰골 논으로 이동했습니다.

물이 많은 논의 물을 빼고 다시 평탄화 작업을 했습니다.

270mm 장화를 신어야 했는데 맞는 장화가 없어
260mm 장화를 신고 작업했더니 발가락에 통증이 느껴졌습니다.
장화 속으로 스며든 물이 발을 부풀게 하여
통증을 더 크게 느끼게 했습니다.

큰골 논 모내기가 끝나려면 저녁 7시는 넘어야 할 것 같아
오후 5시 30분경 모임 단톡방에 양해의 글도 올렸습니다.

예상대로 저녁 7시가 지나서야 모내기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모판을 정리해 농협 육묘장에 반납하고
집에 돌아와 씻고 나니 밤 8시 10분이 되어 있었습니다.

형과 동생 셋이 다시 벌교 읍내로 저녁을 먹으러 나갔지만
대부분의 식당은 이미 문을 닫은 상태였습니다.

지역의 현실을 마주할 때마다
사람이 살아가는 지역이 되도록
미래를 위한 투자와 정책에 더 많은 관심이 이어졌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벌교 식당가를 거의 한 바퀴 돌아
부용교 인근 식당에서 병어조림으로 늦은 저녁을 먹었습니다.

몹시 피곤해 막걸리 한잔이 간절했지만
운전 때문에 마음만 달래야 했습니다.

형과 동생은 마늘막걸리 두 병으로 하루의 피로를 달랬습니다.

저녁식사를 하며 나눈 이야기 중에는 동생의 퇴직 후 삶에 대한 걱정도 있었습니다.

늦게 결혼해 고등학생 자녀 둘을 두고 있는데,
아들에게 들어가는 교육비는 그리 큰 부담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자사고에 다니는 딸의 경우
매 분기 등록금이 200만 원에 이르고,
학원 수강료도 과목당 월 100만 원씩 네 과목을 듣다 보니
매달 400만 원, 총 600만 원 정도가 들어간다고 합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우리 교육의 현실이 안타깝게 느껴졌고,
한편으로는 앞으로의 사회가 더 걱정되기도 했습니다.

집에 도착하니 밤 9시 10분이 되어 있었습니다.

내일은 감자를 캘 계획입니다.

오늘 하루 가장 큰 힘은
묵묵히 함께해 준 형과 동생이었습니다.

자신의 삶도 바쁠 텐데 먼 길 마다하지 않고 내려와
함께 땀 흘려 준 마음이 참 고맙고 든든했습니다.

비록 몸은 몹시 지쳤지만
논마다 가지런히 심어진 모를 생각보니
올 한 해 병해충 없이 건강하게 자라
풍년으로 이어지길 바라는 희망까지 함께 심은 하루였습니다.
서희수님의 자유주제 · 자유게시판 작성글 사진서희수님의 자유주제 · 자유게시판 작성글 사진서희수님의 자유주제 · 자유게시판 작성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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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보성 서희수

농민·금융전문가 출신 농업인

수출용 컨테이너박스(약 9평 규모)에 스마트팜시설을 설치하여 송화버섯을 재배하고 있음

재배 중 면적

총 50평
감자
50평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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