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로 향하며 나무들을 보노라니 일부 빠진 가지들도 있었지만 나름 뿌듯했기에 안에서 말랭이를 만들기 위해 단감을 깎고 있는 아내에게 남에게 시켰으면 백만 원은 줬어야 했을 텐데 나한테는 이십만 원만 달라고 했더니 "당신 밭 당신이 했는데 왜 나보고 달라고 하는데?"라며 정색을 한다.
"아이구, 장단이 맞아야 풍물놀이라도 하지" 하고는 생각난 김에 꽹과리를 꺼내어 잠시 쳤더니 막걸리 생각이 난다.
다음 주에는 파쇄 작업하면 목이 칼칼할 텐데 여기서 삼겹살이나 구워 캔이나 마시자 했더니 "마음대로 하세요."라고 한다.
갑자기 존댓말로 바뀌었다는 것은 어려운 일 하나를 끝내준 남편에게 고맙다는 마음을 달리 표현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다음 주에는 읍사무소에서 경로복지카드를 만들고 농업기술센터에 가서 파쇄기 임대 신청을 해야겠지.
오는 길에 농협 로컬푸드에서 멸치랑 찬거리를 사서 차에 오르는데 괜히 기분이 좋아져 콧노래가 나온다.
아마도 내일은 쉬면서 해외여행에서 돌아오는 딸과 카페에서 여유롭게 빵과 커피 맛을 즐길 생각에 도파민, 즉 행복 호르몬이 뇌로 전달되었기 때문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