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무소주이생기심 ·
오늘 오전에는 밭으로 들깨를 찌고 배추 고랑에는 달팽이 약을 놓고 애기 고추를 수확했다.
열두 시에 밥 먹으러 온다는 딸내미와 시간을 맞추기 위해 서둘렀더니 몸은 조금 고되었으나 온갖 망상이 사라져 좋았다.
버섯을 듬뿍 넣고 익힌 쇠고기에 반주가 없어서 되겠나 싶어 양주 한 잔을 따라두었는데 "대낮부터 술타령이냐?"는 타박을 들었으나 사위 앞이라 대꾸를 안 하고 안주가 좋은데 어떡하노?라고는 웃고 치웠다.
오후엔 헬스장에 등록하고 운동을 다시 시작하려다가 "허리 아픈 데는 평지를 걷는 게 최고"라는 의사의 말대로 어제에 이어 커피를 홀짝이며 졸졸 흐르는 시냇물 벗 삼아 느릿느릿 강변 한 바퀴 도는 게 좋겠다 싶어 밖으로 나왔다.
예전 손자와 놀았던 공룡 발자국 쉼터에 앉아 손자의 재잘거림을 떠올리다 약 1억 년 전 중생대 백악기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니 공룡의 울음도 들리고 폭포수가 쏟아지는 정글 속에 있는 듯 이내 심신이 맑고 평안해진다.
내 삶의 터전 주변에 이런 곳이 있다는 게 참 고맙고 복 받은 인생인 듯 행복하다.
사람들이 붐비고 쇠소리 꽝꽝 나는 꽉 막힌 헬스장보다는 이 코스가 운동에 더 좋은 것 같다.
작물

들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