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에 할 일은 많아도 손자 보는 일이 우선이기에 오늘도 새벽에 나가 일 하나를 줄이기 위해 부단히 노력을 했다.
며칠전 신초 정리를 하면서 수동 전정가위로 했더니 관절이 아픈 것 같아 전동가위로 바꿨더니 위험하긴 해도 훨씬 수월하다.
한 나무라도 더 하기 위해 배고픔을 참아가며 아홉시를 넘긴 시간에 아침을 먹고 반고랑을 더하고 친구와의 점심 약속을 맞추기 위해 열한시에 밭을 떠나 집에 오니 시간이 너무 빠듯하다.
며칠 집을 비워야 하기 때문에 차를 마당에 넣고 부랴부랴 씻고 나오니 벌써 집 앞에서 나오라며 빵빵 거린다.
미안타, 백수가 더 바쁘다더니 왜 이렇게 시간에 쪼달리는지 모르겠다며 차에 올랐다.
차를 타고 가는 동안 일하기 위해 종종거리며 사는 건지 아니면 잘 살기 위해 일을 하는 건지 답을 얻으려 해도 얼른 계산이 안 된다.
점심을 먹고 커피를 마시며 이런저런 얘길 나누다가 미루어 오던 병원에 들러 이제 2~30분만 걸어도 통증이 있다고 했는데도 "일단 주사와 약물 치료를 해보고 다시 사진을 찍어 보자."고 한다.
혹 수술이 필요하다고 하는 건 아닌지 무리를 안 해야 되는데 여건이 그렇지 못하니 아이러니 한 게 인생 맞는 것 같다.
하지만 내일부터는 농사일 제쳐두고 귀여운 손자와 함께 할 즐거운 시간만이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