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비 때문에 며칠 미루었던 보르도액과 스미치온, 그리고 세균구멍병 예방약을 섞어 복숭아나무에 마지막 약을 치기 위해 먼저 고춧대를 잘라 밖으로 내어 덮어둔 후 3개월 만에 약대를 잡았다.
산에 오를 때는 견딜 만한 왼쪽 허리가 나뭇가지 밑을 오가며 꼼꼼히 살포하려니 잠시 주저앉아 쉬고 싶을 정도로 아팠지만 기계를 멈출 수 없어 끝까지 하고 나서야 마루에 털썩 앉아 한숨을 돌렸다. 역시 농사는 힘들다는 것을 몸이 스스로 아는 듯하다.
허리가 아파 작업을 끝내려다 집사람이 "약통 꺼낸 김에 미생물도 주자."라고 하기에 두세 번 통을 씻어 내고 네 봉지를 한꺼번에 넣어 반 통씩 좌우측과 배추에 주며 "애들아, 너희들을 위해 주인이 이렇게 노력하는데 싱싱하고 건강한 배추와 맛있는 복숭아로 보답해야 한다. 알았지?" 하니 "그러겠다."라고 대답한다.
어느새 점심시간이 가까워졌는지 고추를 따던 집사람이 "오늘은 따뜻한 짬뽕이 당기네. 당신은 뭐 먹고 싶은데?"라고 묻기에 나는 "간짜장 먹지 뭐." 하고는 근처 중국집으로 가서 기다렸다가 받아 왔다.
금화규 꽃 담금주를 곁들여서 그런지 평소 느끼하던 자장면이 제법 맛있다.
집사람이 서울 손아래 동서에게 보낼 풋고추를 다듬는 동안 커피를 한 잔하고 결구가 되기 시작하는 배추를 묶기 시작했는데, 끝나갈 즈음 일을 끝내고 나와서는 늘 타박만 하더니 "잘 묶었네."라며 삼대구년 만에 칭찬을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