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무소주이생기심 ·
어제는 아침 일찍 집사람과 소주 한 병과 과일을 들고 고향으로 가서 못다 한 할머님 산소 벌초를 하고 술 한 잔을 올리며 가내 두루 무고하게 해 주시기를 빌었다.
오는 길에 촌집에 예초기를 들여놓고 밭으로 가서 이제 막 활착하기 시작한 배추와 무에 NK비료를 반 움큼씩 주고 관수를 하고 수세가 좋지 않은 복숭아나무에도 살포를 했다.
집으로 오면서 농협 로컬푸드에서 추석 장 일부를 보고 내친김에 옆에 있는 식당에서 늦은 점심도 해결하고 나니 헬스장 갈 일만 남았다 싶어 마음이 느긋해졌다.
그런데 집에 오니 수시로 청소하는데도 거실 바닥에 티끌 몇 개가 보이기에 하는 수 없이 청소기와 물걸레 머신을 돌리고 나니 운동 갈 마음이 사라질 정도로 지친다.
잠시 숨을 돌리며 안마의자에 의지하는데 며칠 전 친구가 "장인, 장모님이 요양원에 들어가시려고 하는데 어디 아는 데 없나?"라고 물었던 게 생각이 난다.
주 초 임플란트를 하기 위해 뼈 이식 수술을 받았더니 아직 입안도 시원찮고 허리 등 몸도 예전 같지 않으니 나에게도 그런 때가 닥치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이 된다.
아이고, 쓸데없는 생각 말고 운동이나 가자 싶어 집을 나서는데 자전거 꽁무니에 요양원이 자꾸 따라오는 것 같다.
오늘은 딸내미와 사위랑 점심이나 먹고 전망 좋은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어제오늘의 심경이나 하루하루 즐겁고 보람되게 살라는 뜬금없는 얘기는 하지 말아야지.
3년 만에 첫 꽃대를 올린 하우스 옆의 꽃무릇 한 송이는 한번 가면 다시 못 오는 우리네 인생과 달리 찬란하게 피었다가 내년이면 다시 올라오겠지?
앙증맞고 예쁜 꽃무릇이 자꾸 눈에 밟힌다.
작물

배추

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