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이지 않게 미리 약줄을 펴놓고 약통에 물을 받는 동안에는 들판의 공기가 그런대로 시원했다.
하지만 분사기를 들고 밭을 이리저리 오가다 보니 금세 온몸이 땀으로 젖었고, 눈으로 들어간 땀 때문에 눈시울이 따가워졌다.
가지 끝 잎마름과 수지 증상이 있는 나무는 잎이 흥건해질 정도로, 나머지 나무들도 제법 꼼꼼하게 약을 쳤다. 약을 치며 "그동안 복숭아 결실하느라 고생 많았다. 병충해 안 걸리게 예방해 줄 테니 푹 쉬어라." 하고 말을 건네니, 나무들도 "우리 주인 최고!"라며 가지를 흔들어 인사를 건네는 듯했다.
방제를 모두 마치고 분무기를 정리한 뒤, 나무마다 '조피박사'를 한 움큼씩 뿌려주고 나서야 숨이 차오르고 지쳤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젖은 작업복을 벗어 던지고 지하수로 샤워를 했다. 특유의 철분 냄새가 코를 질렀지만 한결 개운해졌다. 여기에 솔잎즙을 희석한 물 한 컵을 시원하게 들이켜니 그제야 살 것 같았다.
아내가 하우스 에어컨을 미리 켜두었지만 열기 때문인지 그리 시원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컵라면으로 간단히 아침을 떼우고 농사일기에 올라온 응원 글에 답글을 달다 보니 더위가 더 심해지는 것 같아 서둘러 집으로 발길을 옮겼다.
집에 도착해 다시 깨끗이 샤워를 하고 안마의자에 누웠다.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는 말처럼, 다가오는 8월에는 약 칠 걱정을 덜었다 싶어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하지만 신비 복숭아나무에 다시 수북하게 올라온 도장지들이 눈에 걸려 '저건 또 언제 다 정리하나' 하는 고민이 밀려온다. 정말이지 농사일은 끝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