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복숭아 수확 후 처음으로 촘촘하게 짜둔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기장 일광의 '미청 식당'에서 시원한 물회로 점심을 먹고 인근에 있는 '더우산' 본점에서 맛있는 빵과 커피를 마시며 입에 남아 있는 비린 맛을 떨쳐낸 후 오시리아역 주변에 있는 롯데아울렛에 들러 쇼핑을 한 후 조금 이른 시간에 '장지녕게장집'에서 저녁을 먹었는데 수많은 연예인들이 맛있다고 평한 소문과 달리 짠 것을 거부하는 내 입맛에는 전혀 맞지 않았다.
소화를 시키기 위해 이케아에서 느릿느릿 아이쇼핑을 즐기면서 사소한 용품 몇 개만 사고 짠내를 정화시키기 위해 구내 카페에서 커피 한잔을 사서 차에 올랐더니 6천 보가 채 되지 않았는데도 허리가 제법 아팠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2주 내내 기다리던 비가 퍼붓기 시작하더니 심지어 마당에 물이 빠지질 않아 막힌 배수구를 스틱으로 뚫고 나니 그때서야 소용돌이치며 빠져나갔는데 오랜만에 속이 뻥 뚫린 듯 쾌감을 느꼈다.
장대비 탓인지 에어컨의 힘을 빌리지 않았는데도 새벽에는 조금 쌀쌀한 기운이 들만큼 시원하여 모처럼 단잠에 빠질 수 있었다.
집사람은 간밤의 비 때문에 밭이 걱정되었는지 아침 식사가 끝나자 "바로 가보자."라며 보채기에 양질의 수면으로 컨디션이 좋아 콧노래 부르며 시동을 걸었는데 그새 29도를 가리키므로 에어컨을 켰다.
아니나 다를까 밭 입구 비스듬한 곳에 쌓아둔 거름 부대가 넘어져 흉물스럽게 널브러져 있다.
금세 32도로 치솟은 날씨에 20킬로 부대를 4~5미터쯤 떨어진 평평한 곳으로 70여 포를 낑낑대며 옮기고 나니 물에 빠진 생쥐는 저리 가라다.
허리도 아프고 현기증도 나는 것 같아 에어컨을 켜놓고 솔잎즙에다 시원한 물을 섞어 두 잔을 연거푸 들이켜고 나니 살 것 같다는 생각과 더불어 역시 휴식 다음에는 노동이 주어지는 게 삶의 철칙이구나 싶었다.
오후에는 집사람이 타 놓은 커피를 홀짝이며 넷플릭스에서 영화 한 편을 보며 휴식을 취하는데 이 달콤함 뒤에는 또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