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04:30에 여지없이 잠이 깨어 밭으로 향하였는데, 새벽 공기는 선선하고 청량한 느낌이 있어 창문을 열고 갔다.
어제에 이어 신초 정리를 해나가는데 솎기를 하지 않은 가지들도 있어 두 번 작업했고, 과실이 제법 굵어지며 축 처지는 가지는 지주대 낙하산 줄로 고정했다.
여자는 태생적으로 잔소리가 많은지 "자른 신초는 가지에 걸쳐두지 말고 땅으로 내려라. 여긴 왜 적과가 안 되었노?"라며 시비를 걸기에 "잘못된 건 모두 내 탓이제? 그쪽은 당신이 했지 싶은데."라며 맞받으니 "무슨 소리 하고 있노? 여긴 당신이 했지."라며 언성을 높인다.
"아이고, 그래 그래, 다 내 잘못이다."라며 꼬리를 내리니 "여기 봐라. 잎과 열매에 벌레 다 먹었다."라며 끊임없이 오라 가라 한다.
"그럼 내일이라도 약 칠까?" 했더니, "내일 비 온다는데 무슨 약 치노?"라며 아예 반말이다.
마침 등교 준비를 하던 손자가 영상 통화를 걸어와 "뭐 해? 밭이야?"라고 하기에 "응, 밭이다." 하니 "맞네. 엄마, 할아버지 밭 맞네."라며 자기의 예측이 적중했다는 것을 자랑한다. "할아버지는 우리 대장님이 벌써 보고 싶어." 했더니 "근데 왜 안 울어?" 하는 말에 진짜 눈물이 핑 돈다.
맨날 마누라한테 욕 얻어먹고, 보고픈 손자도 품에 못 안고 타국으로 보내야 하는 내 신세야, 내 운명아.
하지만 모든 걸 감내하고 내년이라도 며칠간 손자 곁으로 가기 위해, 비행기 티켓 사려면 아픈 허리 토닥여 가며 열심히 농사지어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