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무소주이생기심 ·
어제에 이어 오늘도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 밭에서 가뭄을 해갈하기 위해 관수를 해놓고 마지막 솎기 작업을 하고 있는데, 조합장이 박카스 네 병을 들고 작황이 어떤지 확인차 찾아왔다.
매번 이른 시간에 농민들의 애로사항을 파악하기 위해 와주니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배웅을 한 후 돌아서는데 조합장도 부지런함을 타고나야 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신비는 냉해로 작황이 안 좋고 대극천은 현재까진 그런대로 괜찮은데 재해보험 가입이 안 된다니 수확까지 여러모로 신경 써서 관리해야 한다.
정각 열 시에 작업을 마치고 이웃 시에서 같은 품종으로 3년차 농사를 짓고 있는 좋아하는 형님 밭을 찾았다.
솎기 작업 방법을 알려주고자 갔는데 솎아낼 열매가 몇 안 될 정도로 전정을 잘못한 것이 눈으로 보여 안타까웠다.
이럴 줄 알았으면 전정할 때 연락을 주면 도와준다고 할 걸 하는 후회가 되었다.
3년차이지만 제대로 전정하고 관리만 잘했더라면 올해 제법 많은 수확을 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과 더불어 괜히 복숭아 농사를 권했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점심을 먹고 커피를 한잔하는데 얼굴은 태평인 것으로 보아 사업하던 분이 농사에 무슨 관심이 있을까? 그냥 놀이터 정도로 여기며 소일하는 것이리라 라고 마음을 돌리니 덜 미안했다.
하기야 나도 집사람이 옆에서 잔소리 안 했으면 형님 밭이나 다를 바 없겠지 하는 생각이 들며 픽 웃음이 났다.
복숭아 농사의 한 축인 솎기 작업을 끝내고 나니 개운하다.
내일 새벽엔 황산가리를 뿌리고 군마트에서 장을 보고 손자가 좋아하는 먹거리를 준비한 후 저녁에 역에 마중 가서 폴짝 뛰어오르는 손자와 가슴을 맞대면 찌르르 전기가 오겠지.
작물

대극천

신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