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에 쉬었다고 어제는 새벽부터 하루 종일 신비 적과에 매달렸는데, 출국 준비를 하던 아들은 "인터뷰를 한 후 승인이 났는데 이제 비자가 나오면 바로 출국한다."는 연락이 왔다며 집사람이 눈물을 글썽이며 전해준다.
대학 시절엔 호주에서 4년을 보냈고, 해병대 수색대에 가서는 이라크 파병을 지원했지만 "엄마가 동의를 거부하여 무산되었다."라며 한동안 원망을 하더니, 결혼을 하고 나서도 그 버릇을 못 버렸는지 결국 미국 근무를 자원했다니 무슨 할 말이 있겠나?
나는 사회에 첫발을 들일 때 일부러 부모님 계신 도시에 지원하여 발령을 받고 십여 년을 같이 살다가 아이들 공부 때문에 분가를 했었는데, 격세지감을 느끼지만 자기가 원하는 삶이니 부모라고 이래라저래라 할 수 없고 애만 태울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혹자는 더할 나위 없는 좋은 기회라고 하지만, 언어도 안 통하는 타지에서 손자가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할지 걱정도 되고, 욕심이지만 아들은 "보고 싶으면 오면 되지"라고 한다지만 무작정 찾아간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지 않겠는가?
나는 마음 편하자고 한 일인지 모르겠지만, 평생 주말이면 부모님 집을 찾아 농사일 도와드리고 맑은 날엔 이불을 내 널고 깨끗하게 집안 청소를 하고서도 차에 올라 룸미러를 보면 대문 앞에서 쓸쓸한 표정으로 손을 흔드시는 부모님이 안타까워 가슴이 미어졌었는데, 효도는 우리 세대가 마지막이라는 말이 맞는 모양이다.
이틀을 연거푸 밭에 매달렸더니 육체도 피곤하고 며칠 있으면 출국한다니 마음까지 지친다.
출국 전 주말에 내려온다는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 서두른 탓에 신비 적과는 끝났지만 대극천까지 마치려면 며칠 더 걸릴 거고, 끝나고 나면 신초 정리도 해야 하고 나뭇잎을 보니 진녹색이 아닌 연노랑빛이 나는 것으로 보아 칼슘과 영양제가 부족한 것 같으니 처방도 해야겠고, 조급하기만 하다.
한데 마음 한구석엔 1년 내내 손자 볼 낙도 없는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땀 삐질삐질 흘리며 이 고생을 할까? 하는 의문도 든다.어쨌거나 2년이 될지, 5년이 될지 아니면 그곳에 아예 자리를 잡을지 알 수 없지만 무탈하게 생활 잘 하길 빌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