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무소주이생기심 ·
오늘도 새벽 6시에 밭으로 가 집사람이 신비 솎기 작업을 하는 동안 잡초를 제거했다.
새벽 공기가 제법 차고 바람이 많이 불어 감기가 다시 찾아들까 싶어 비옷을 입으니 보온은 되었으나 자외선을 차단하기 위해 착용한 모자의 목줄을 꽉 조였는데도 세찬 바람에 자꾸 벗겨지므로 내동댕이치고 맨머리로 다녔다.
나중에 얼굴에 검버섯이나 광선 각화증이 생겨도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 바람의 횡포가 얼마나 심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모자가 없으니 수시로 맨머리가 나뭇가지에 부딪히기 일쑤고 허리도 아파 아예 큰 풀은 쪼그리고 앉아 손으로 뜯었다.
초생재배를 하면 땅심을 돋우는 데도 좋다던데 집사람은 수시로 괭이로 풀이 날 때마다 긁어 없애 민경(거울의 방언)알 같이 깨끗하게 관리를 하셨던 아버님의 영향을 받았나 싶다.
그런 탓에 속된 말로 내가 죽을 지경이다.
한 고랑을 끝내고 아침을 먹는데 입맛이 없어 밥을 국물에 의지해 억지로 넘겼다.
다시 일을 시작하였지만 바람은 멈출 줄을 모르므로 모자는 쓰지 못했으나 덥지 않아 한편으론 좋았다.
와중에 집사람의 호출을 받고 달려가 보니 "저러다 고추 다 부러지겠다. 하우스에 가서 줄 찾아 온나."라고 해서 고추 줄을 맸는데 숨이 턱에 차기에 오늘은 농협에 볼일도 있고 이것만 하고 그만하자고 하여 귀가하는데 "내일도 가서 일 좀 하자."라고 한다.
원래 계획은 토요일엔 쉬기로 했었는데...
볼멘소리로 다른 사람들은 어버이날이라고 카네이션 가슴에 달고 나들이 다니는데 우린 밭에서 이게 뭐고? 전생에 내가 업이 많아서인가? 에휴~하는데 집사람의 전화기에 알람이 울리며 "새애기 저녁에 맛있는 거 사 먹으라며 돈 보내 왔네."라는 소리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농사일은 때가 있고 어차피 내가 해야 할 일이지만 휴일이나 특별한 날엔 일하기 싫은 게 솔직한 심정이다.
그래도 집사람이 가자면 내일 또 밭으로 가야겠지.
작물

대극천

신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