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_일기 오늘은 가족 나들이를 잘 다녀온 보답으로 일찍 밭으로 가 복숭아나무에 발자국 소리를 들려준 다음 기운을 북돋아 주기 위해 관수를 하며 미생물을 주었다.
어제 손자를 남겨두고 먼저 귀국하는 시간 내내 일정을 소화하는 동안 손잡고 걸으며 나누었던 대화 내용과 수영하고 잠을 자며 주고받았던 온기를 떨쳐낼 수 없어 힘들었었는데 비행기 안에서는 어느 도반이 준 '부처님 말씀대로 살아보니'라는 책에 빠질 수 있어 잠시 집착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한데 늦잠을 자고 눈을 뜨자마자 걸려온 손자의 영상 통화를 받으며 "할아버지 잘 도착했어?" 하는 소리에 갈무리되었던 보고 싶다는 감정이 되살아나 눈물을 찔끔 흘리고 말았다.
"애도 마음 아플 수도 있다."라는 집사람의 충고에 얼른 흐트러진 감정을 추스르고 재미있게 놀다 오라는 말을 남기며 억지로 웃었지만 통화가 끝나자마자 그리움은 봇물 터지듯 온 가슴으로 젖어들며 먹먹하게 했다.
밭으로 가는 내내 모든 관계는 결국 이별로 끝나고 무상하기 때문에 스스로를 속이며 기분 좋게 해주는 사람에게 집착하면 결국 실망할 수밖에 없다는 내용을 비행기 안에서 곱씹으며 정독했었지만 무애자재의 경지에 닿지 못해 스트레스가 되어 괴로운 것이라고 생각하며 명상에 충실하리라 거듭 다짐했다.
집착에서 멀어지기 위해 물을 받고 미생물을 혼합하고 분무기를 조립한 후 분사 호스를 교체하고 스위치를 올려놓은 다음 쉬지 않고 머위를 심고 조리개로 물을 주고 남는 시간엔 걷어두었던 낡은 분사 호스를 감아 정리를 하였는데 그동안에는 잠시 해방될 수 있었지만 더위를 식히기 위해 등 의자에 앉아 마른 목을 박카스로 축일 때는 다시 그리움이 몰려왔다.
오후 세 시엔 명상 모임에 참석하여 사념처 수행 방법에 대해 강의를 들었는데 9~10년을 앞서 수행한 선배들의 표정들은 참으로 맑고 밝아 보인 것으로 보아 나름 널뛰기하는 마음을 이미 조복 받은 수행자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