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무소주이생기심 ·
오늘은 어저께 사둔 고추 모종 103포기를 갖고 자인 시장으로 가 오이 3포기, 호박 6포기, 아스파라거스 1포기, 가지 2포기, 수박 3포기를 더 사서 밭에 심었다.
집사람이 앞에서 심어 나가면 뒤에서 호스로 흠뻑 물을 주고 위에다 흙으로 북을 돋아 주는데 허리가 아파 일은 느렸지만 안장에 앉아 하니 훨씬 쉽게 마무리가 되었다.
북을 돋운 모종에다 분사 호스를 깔아 놓고 물을 튼 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으니 이 고추가 자라 열매를 맺고 수확한 후 김장을 하고 나면 또 한 해가 마무리되고 나이 한 살을 더 먹게 되겠지 하는 안 해도 될 생각이 들었다.
즉 헛된 생각
복숭아나무에도 벌써 새끼손톱만 한 열매가 달려 있는 것을 보고 사진을 찍고 하우스로 들어오니 쌀국수로 점심 준비를 하던 집사람이 "다음 주에 약을 치고 그 다음 주부터 열매 솎기 작업을 하면 주말에 애들이 내려온다니 같이 놀러 갈 수 있겠제?"라고 한다.
쉬지 않고 바짝 서두르면 되겠지 뭐 하고는 다시 혼자만의 생각에 빠졌다.
어제부터 몸살이 나려는지 전신이 찌뿌둥하면서 기분이 살짝 나쁠 정도로 나른하다.
귀가하여 씻고 안마 의자에 앉으니 금세 잠이 오는데 집사람도 "몸에 힘이 없는 게 안 좋으네."하고는 잠을 청하려는지 방으로 들어간다.
혼자 거실에 있으니 손자에 대한 그리움과 미국 생활에 잘 적응하려는지 하는 걱정이 몰려온다.
이것 또한 기우
이러다 우울증에 노출되겠다 싶은 마음에 밖으로 나왔다.
카페에 앉아 이 글을 쓰고 있는데 아들은 호주에 유학 가 있고 딸내미는 고시원에 있을 때 술 한잔 먹고 나는 왜 애들과 일찍 헤어져 있어야 하나? 꼭 이런 방식으로 살아야 하냐?며 집사람에게 따졌던 기억이 떠오른다.
인생에 누구에게나 반드시 있는 팔고 중 하나인 '애별리고'마저 2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쉽게 지나치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어떡하면 좋을꼬?
작물

금수강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