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다음 주에 잡혀있는 해외여행 때 농사는 잊고 온전히 현지의 풍경을 즐기기 위해 이른 감이 있지만 자인 시장으로 대파 모종을 사러 가는 길에 카톡이 울린다.
이제 두 번째 참석한 두덕사 명상반 보살님들이 ‘If not now then when?’ 즉 “지금이 아니면, 그때가 언제이겠는가?”라는 주제를 두고 글을 올리며 평범한 것 같지만 가슴을 울리는 “끊임없이 배회하는 마음을 잠시 붙잡고 머물게 하는 아침, 한평생을 갈구해도 어려운 게 지혜. 인과 과보로 오는 고통은 있겠지만 그로 인한 괴로움은 선택이다.”라는 등의 시(詩) 같은 속내를 풀어놓는다.
차를 주차하고 내용을 다시 곱씹어 보다가 시장 안으로 향하는데 장날이라서 그런지 장꾼들의 얼굴은 하루의 결과물에 대한 기대감이 있어서인지 다들 굵은 주름살을 비집고 힘차고 밝은 힘이 삐쳐서 나온다.
모종을 사서 나오며 시장에 가서는 빈 입으로 돌아서면 안 된다는 속설 따라 호떡을 사서 입에 물고 사람들을 되새김 하듯 둘러보니 지금 그 처지에서 소금도, 황금도 아닌 지금을 완벽하게 소화해 내는 것 같았다.
집사람이 파 모종을 심는 동안 밭둑을 빽빽하게 점령해 오는 환삼덩굴과 잡초가 이웃 밭 그물망을 타고 올라가기 전에 세력을 꺾기 위해 제초제를 뿌리는데 둑의 기울기 때문에 짝다리를 짚고 있었더니 허리에 무리가 왔다.
역시 22도의 낮 기온은 이마에 땀을 삐질삐질 흐르게 한다. 하우스에 들어와 베지밀을 하나 마시며 카톡을 다시 열어 도반들이 보낸 내용을 읽어보는데 ‘인과에 대한 과보’라는 구절에서 쉽게 눈이 떨어지지 않는다.
나는 전생의 어떤 업으로 인해 현재 어떤 인과응보를 받는 것일까? 아이들은 나름 안정된 직장 생활을 하고 있고 손자도 제법 똑똑하며 건강하게 성장하고 있으니 더 바랄 것은 없고 현재 힘든 농사일을 하고 있으니 아마도 전생에 베짱이처럼 게을렀던 게 과보로 돌아왔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제 복숭아 잎이 분분하게 날리는 걸 보면 곧 열매가 맺힐 거고 적과 하느라 손길이 바빠지겠지.
다음 주 화요일에 약을 한 번 더 치고 몇 나무 남지 않은 대추밭에도 약을 치며 감나무에도 같이 뿌려야 되는데 어휴~농사일 끝이 없다.
옆 밭 형님이 경운한 밭을 보고는 “이거 복숭아 잔뿌리 다 잘라지면 열매에 윤기가 안 나는데 왜 이렇게 해 놨노?”라기에 제초제 안 뿌리려고 로터리 안 쳤습니까? 근데 농사 왜 이렇게 힘듭니까? 했더니 “힘 안 들면 누가 돈 공짜로 주는 강?” 한다. 돈, 돈, 돈, 난 사실 많은 돈도 욕심 없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