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무소주이생기심 ·
오늘은 고추와 대파를 심기 위해 고랑에 석회고토를 먼저 뿌린 다음 비닐을 덮었다.
작년에 괭이로 쪼아 북을 돋우다 손바닥에 물집이 잡혀 씻을 때마다 고생한 게 기억나서 어제 흙을 부드럽게 경운하였기에 시간도 절약되고 일도 수월한 것 같다.
하지만 삽으로 흙을 떠서 비닐을 고정할 때마다 허리가 마비가 될 정도로 아팠다.
고랑 길이 100미터가 왜 그렇게 멀어 보이는지 끔찍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아이고 힘들어. 그냥 사서 먹으면 안 되나?" 했더니 "손자에겐 중국산 참기름도 안 된다며 세 배나 비싼 국산 기름 사 보내면서 우리가 짓는 게 가장 믿을 수 있으니 아무 소리 말고 일이나 하세요."라고 하기에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졌다.
22도의 낮 기온은 이마에 땀까지 맺히게 하고 검은 비닐에서 반사되는 열도 제법 따갑다.
하우스에 들어와서 시원한 박카스 하나를 단숨에 들이켜고 나니 단전이 서늘해졌다.
이렇게 더울 때는 물회가 제격인데 준비된 건 쌀국수밖에 없으니 어제에 이어 같은 걸로 이열치열 점심을 해결했다.
"가는 길에 대추밭에 들러 엄나무 순이나 채취해 가자."라는 집사람에게 너무 덥고 햇빛도 따가우니 좀 쉬었다 가자고 한 후 등의자에서 휴식을 취하는데 잠이 스르르 몰려왔다.
네 시를 넘긴 시간에 대추밭으로 가 두릅밭 잡목을 톱으로 베어내고 높은 곳의 엄나무 순을 고지가위로 따려니 눈이 부시다.
마침 옻나무 순도 먹을 만큼 자란 게 있어 한 움큼 따는데 순과 조합이 맞는 막걸리 생각이 떠오른다.
퇴직 후 쉬엄쉬엄 느리게 걷고 조급증 내지 않고 살리라며 술마저도 '느린마을' 막걸리를 선호하게 되었는데 저녁엔 옻순을 안주하여 반주로 마시리라고 생각하니 더위가 조금 가시는 듯하다.
하지만 귀가하여 반주로 막걸리 석 잔을 마셨지만 아픈 허리와 피로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아마 오늘도 느리지 않고 체력에 맞지 않게 서두르고 바쁘게 무리한 탓이리라.
작물

홍고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