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손자를 데리고 용인 에버랜드에서 생전 처음 오픈런을 하여 구경을 하다가 싸가지고 간 김밥을 먹으며 오랜만에 소풍 기분을 내고, 저녁에는 집으로 내려가 선잠을 자고 새벽엔 하우스에 설치할 중고 에어컨을 지인이 이삿짐 내릴 때 얻어서 밭에 갖다 놓고 복숭아나무를 살펴보니 곧 터질 듯 꽃망울이 팽창해 있다.
어제 약을 치리라 계획했었지만 아이들이 같이 놀러 가자고 하니 그게 우선이다 싶어 내려가지 않았는데 이번 주, 비가 잦다니 약을 칠 수 있을지 조금 걱정이다.
농사는 시기를 놓치면 피농과 가까워진다고 했지만 여건이 그러니 어쩔 수가 없다.
오후 열차를 타고 올라오는 길에 창밖을 보니 계절의 걸음걸이는 쌕쌕 가쁘게 숨을 쉬며 성큼성큼 앞서 가는 듯하다.
이미 벚꽃과 목련은 흐드러지게 피어 봄은 무르익었고 들판엔 농사꾼들의 손길이 바쁜데 나만 고립되었고 뒤처진 것 같다.
하지만 모레부터는 농부의 삶으로 되돌아가니 부지런히 뒤쫓으면 금방 따라잡을 수 있으리라.
그런데 손자랑 지금처럼 돈독하게 지낼 날이 내 삶에서 또 있을까? 방학에도 학원에 가야 한다니 아마도 다시는 없으리라.
한데 농사 이게 뭐라고 이렇게 조바심이 난단 말인가? 너털웃음이 난다.
한용운님의 시
[이 길에 들어선 건 내 뜻이 아니요 절로 절로 온 것인데 늙기도 절로 절로 절로 왔다 절로 가는 인생사 ....중략... 말똥 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 말 빈말 안 되게 어우렁 더우렁 살다 가시게]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