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무소주이생기심 ·
설 전부터 복숭아 밭에 물을 좀 줘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다가 혹시 관수 파이프 속에 얼음이 있으면 수중모터가 고장 날 수 있다는 걱정에 시도를 못하다가 오늘은 영상 10도라 조심스레 전원을 켜보니 물이 잘 나온다.
시원하게 뿜어져 나오는 물을 보고 나뭇가지들이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바르르 전율을 일으킨다.
겨우내 눈발이 조금 날린 것 외에 비라고는 안 왔으니 얼마나 목이 말랐을까 싶어 괜히 미안해진다.
하긴 지하수가 없는 예전 같았으면 하늘에서 내려주는 비 외에는 목이 타도 갈증을 해소할 수 없었을 테니 사람이나 나무나 문명의 혜택을 받고 사는 요즘이 살기 좋은 세상임엔 틀림없다.
어제 밤엔 애들과 손자도 제집으로 다 가고 텅 빈 집에서 허전함을 국화주 두 잔으로 달랬었는데 오늘은 따스한 햇빛을 쬐며 복숭아 나무들과 이런저런 얘길 나누고 있으니 쓸쓸함과 적막감은 저 멀리 잠시 비켜나 있지만 집에 들어서면 외로움이 밀물처럼 다시 들이닥치겠지.
돌이켜 생각해보니 예전 방문 후 집을 나설 때마다 룸미러 속에서 "어서 가거라"하시며 훠이훠이 손을 흔드시던 엄마의 표정과 모습이 이해가 되며 술을 못하셨던 부모님은 그리움을 어떻게 삭이셨는지 여쭙고 싶어지며 괜히 목이 멘다.
작년에는 3월 15일 황소독을 했었는데 올해는 일정이 빽빽하게 잡혀있으니 모레쯤 하든지 아니면 하루 당긴 15일 해야겠다.
작물

신비

대극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