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집 감나무 그늘 밑 먼소풍 떠나신 엄니의 자식 싸랑같은 머리카락을 올올이 곱게 빚은듯한 달래를 캐어서 텃밭으로 달렸다. 이미 해는 서산을 향해 기울기 시작했지만 낭군님은 곡괭이로 이랑을 만들고해서 서둘러 밭에 이식을 했다. 커다란 물통엔 병아리 눈물만큼 남아 있는 물도 주었다. 이제나 저제나 하늘 비님만 기다리는게 농부 맘보다 한닢두닢 떡잎을 내고 있는 온갖 생물들의 외침이 더 간절할지도 모르겠다. 이것저것 살펴보니 곤드레도 잎을 달고 땅두릅도 싹을 부지런히 키워 올리고 있다. 나부지런함보다 얘네들 부지런함은 따를 수 없도다. 촌음의 시간도 아껴가며 푸르게 살아냈으니 이만하면 됐다. 돌아서 나오니 감나무 사이로 건너편 한개마을엔 청사초롱처럼 불빛이 보였다. 맘에도 빛이나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