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가 없는날. 푸른 창고에 도착하니 새소리 벚꽃나무 새로 흐르고 쪽파, 마늘, 양파,시금치,유채도 키재기에 바쁜 몸짓으로 다가온다. 띄엄띄엄 들려주는 주인장의 발소리에도 반가움으로 환하게 웃음짓는 모양새로 비춰진다. 낭군님은 감자 심을 곳을 서둘러 준비하고 그새에 난 참나물 방풍나물 어수리 아스파라거스가 숨쉬는 곳에 제집처럼 더부살이하는 잡초들을 말끔히 정리하니 싱글벙글 웃음꽃과 간질간질거리는 가려운 곳을 긁어주듯하니 초록의 치마를 두른 잎들이 한들한들 춤을 추듯하다. 감자도 다섯이랑 심고나니 허리가 뭉근히 아프지만 이것마저도 행복으로 번질 수 있음이 좋다. 지난번에 심은 될성싶은 하수오도 검은 비닐이불 밑에서 얼굴을 내밀고 분주하게 움직이는지 연한 잎들이 세상 구경을 나오고 있다. 자연의 숭고한 신비아래 또다시 삶은 허투루 써진 말아야함을 배운다. 어느것 하나 다 소중하고 고마움을 마음에 각인시켜 본다. 오늘의 기억들이 훗날 추억이란 더께를 씌우면 괜시리 뜨거워질테다. 밭일을 끝내고 쪽파도 뽑고 유채도 뽑고 너풀너풀 넓은 잎들을 뽐내는 냉이도 캐어서 친구도 주고 이웃에도 주면 내맘도 좋고 받는이도 좋으니 오늘 하루도 참 잘 살았음으로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