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무소주이생기심 ·
손자를 돌보기 시작한 지 이제 3주차로 아침에 등교를 시키고 나면 16시까지는 자유 시간이다.
귀가하여 커피를 내려놓고 청소기를 좀 돌리다가 커피를 홀짝이며 넷플릭스에서 재생되는 영화에 몰입하고 있으면 잡념이 없어 좋은데 오늘은 "돌봄 수업 안 하면 안 돼? 재미없으니까 할아버지가 빨리 뛰어와서 벨 눌러줘."라고 했던 말이 자꾸 신경을 건드린다.
어린 나이에 오후 수업까지 반강제적으로 받아들이는 게 쉽지 않거나 할아버지랑 노는 게 더 좋거나 둘 중 하나일 테지만 하기 싫은 것을 참고 견뎌내는 것도 학습일 것이라고 스스로를 다독여 봐도 마음이 쓰인다.
영화 한 편을 보고 소파를 끌어내어 청소를 하고 나니 시간도 빨리 흐르고 조금 개운하다.
하지만 어제 올라오는 길에 인사이동으로 다른 지역으로 발령 난 딸내미 관사에 들러 급하게 청소와 커튼을 달고 방범창 보수를 해서 그런지 피곤함이 몰려온다.
오후에는 운동을 좀 하다 손자를 데리러 가면 생활 리듬이 덜 깨지고 이곳 생활에 빨리 적응하리라.
돌봄 교실에서 할아버지 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손자의 모습이 눈에 선하고 늦게 왔다며 "배신자"란 소리를 또 안 들을지 모르겠다.
아프리카 어느 지역에선 한 아이를 온 동네가 돌본다고 햇듯 학교, 사회, 공동체가 함께 아이를 키워야 훌륭한 인재로 성장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