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친구와 얼마 전 전화 통화를 하다가 그 친구가 자기는 가끔 와이프와 모텔을 간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 멀쩡한 집 놔두고 모텔을 왜 가냐"? " 너는 밥만 먹고 사냐? 가끔 바람도 쐴겸 색다른 분위기 연출이지 임마" " 지랄 넋빠진 놈"
그렇게 말해놓고 저는 지난 설 명절에 그 넋 빠진 놈이 됐습니다
얼마전부터 시작된 아들 놈과의 동거생활 그리고 나날이. 눈치를 보는 다큰 어른 아들놈의 중악감에서 일탈을 생각했죠 하룻밤을 자고 오자니 너무 속보이는 행동 같고 그래서 설연휴 날 한낮을 선택했습니다. 처음엔 어이없이 하던 아내도 갑작스런 외출과 봄 햇살에 수줍은 미소를 짓더군요. 물론 아들에게는 친구 부부와 점심 약속이 있다고, 그리고 점심 약속 같이 같이 가자는 말과 함께 아버지 차 타고 1시간 걸린다는 엄포도 잊지 않았죠.제가 말하는 의도대로 아들은 집에 있겠다는 반가운 대답을 하더군요.ㅋㅋ
친구놈이 추천해준 모텔에 도착한 시간이 낮 12시쯤 됐습니다. 참 죄지은 것도 없는데 왠지 쑥스럽더군요. 차를 주차하고 후문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카운터에 쭈뼛쭈뼛 방 있어요라는 말을 함과 동시에 너무나도 일사천리로 쉬었다 가실거죠? 하며 무언가를 제 손에 지어주는데 정말 1초도 안 되는 순간에 어느새 전 304호라고 적힌 키와 과자 몇 개와 일회용품들이 담긴 바구니 하나를 쥐고 있었습니다 방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아내와 눈이 마주치고 피식 웃음이 나왔습니다. 아내는 제가 들고 있는 바구니를 쳐다보며
" 우리가 애들도 아닌데 웬 과자를 주고 그래" " 난들 아냐 웬 과자.". 그런데 그 과자 다 먹었습니다.
여관 세대인 우리에게는 요즘 모텔 정말 좋더군요. 애들 말로 좀 짱인 듯 3~4시간 정도에 색다른 데이트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왠지 아들놈 얼굴이 밟혀서 마트에 들려. 좋아하는 초밥까지 사들고 우리 부부는 발그스레한 얼굴로 집에 들어갔습니다.
아내가 슬쩍 물어보더군요
" 언제 또가"? " 맛 들렸어?"
이렇게 가끔 나갈 수 있는 핑계거리만 만들 수 있다면 좋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 그러다 문득 생각났습니다. 아내에게 속삭였습니다
" 우리 교회 다닌다 그럴까? 그래야. 가끔 일요일날 이렇게 바람도 쐬고 좋지 않을까?"
설명절 연휴의기억 하나가 아직도 머리에 남아 있습니다. 창문 사이로 들어온 아직은 겨울이라고 우기는 따뜻한 2월의 날씨. 이렇게 아내와 같이 편안한 햇살을 본 지가 언제였나 싶습니다. 고단한 일생에서 잠시나마 이런 여유를 찾는 편안한 날도 가끔은 있었으면 참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