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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전주유일기
텃밭 농부·
엿기름을 길렀습니다.
엿질금 이라고도 하죠.
오래전엔 겉보리를 많이 생산하는 동진면 농협에서 겉보리 40k를 엿기름을 길렀습니다.
시내에서는 1k에 1,700 - 1,800원 정도하는데 직접 구입하니까 1k에 1,000원씩 구입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중앙시장 쌀가계에서 1k에 3,000원씩 하더군요.
물가가 많이 올랐다고 하지만 너무 많이 올랐더군요.
해마다 엿기름을 20k정도를 길러서 요긴하게 사용했습니다.
올해는 줄이기로 해서 10k를 두번에 나누어서 기를려고 합니다.
집에서 엿기름을 길러서 1년내내 부담없이 사용합니다.
물론 엿기름 만드는데 손이 참 많이 갑니다.
우선 겉보리를 선풍기 바람에 꺼시랑이랑 찌거기를 날려서 잘여문 겉보리만 사용합니다.
물에 불려서 소쿠리나 시루에 넣고 어두운 곳에서 싹이 잘 나기 때문에 광목보자기로 덮고 다라이로 덮어 줍니다.
2 - 3일 지나면 새싹이 나오기 시작합니다.이 때 보리싹 수염이 엉키지않게 자주 찢어주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새싹들이 엉켜서 수염을 떼기가 힘들거든요.
미지근한 물로 몇차례 갈아주어야 합니다.
날씨가 따뜻하면 금새 새싹이 나옵니다.
대신에 잘못하면 보리새싹이 트면서 열을 많이 내기 때문에 골기도해서 버릴 때도 있답니다.
요즘같은 날씨에는 몇일 걸려야 새싹이 나옵니다.
기온이 차가우면 새싹이 더디게 나온답니다.
이럴 때는 거실이나 욕실에서 길러야합니다.
보리싹이 손가락 한마디 조금 못미칠 정도로 길러지면 손으로 비벼서 수염을 다 떼내야합니다.
그런 다음 바짝 말려서 방앗간에서 빻아 보관하면서 필요할 때마다 조금씩 꺼내서 쓰시면 됩니다.
햇볕이 좋을때는 옥상에 널어서 말리는데, 날씨가 좋지 않으면 건조기에 넣어서 낮은 온도로 말립니다.
건조기에 말리면 편하긴 합니다.
요즘같은 날씨에는 몇일 걸려야 새싹이 나옵니다.
기온이 차가우면 새싹이 더디게 나온답니다.
옥상에 말릴 때는 비들기나 참새가 훔쳐 먹습니다.
그래서 라디오를 틀어 놓습니다.
시중에서 파는것보다 깨끗하기도 하거니와 당도가 휠씬 높습니다.
손주가 호박식혜를 참 좋아합니다.
어느 날은"할머니 냉장고에 호박식혜 없어요"합니다.
꼭 누가 시킨듯이요!
이렇게 이야기 하는데 어느 할머니가 안해 주겠어요?
첨가물을 아무것도 넣지않고,
고두밥찌고 엿기름과 단맛을 내기 위해서 배즙을 넣습니다.
저희집에 식당에서 밥지을 때 사용하는 커다란 가스밥솥이 있습니다.
제가 현직에 있으면서 학생들 간부수련회와 학교 축제를할 때 들고 다니면서 삼겹도 삶고 비빔밥도 하곤 했습니다.
커다란 LPG가스통과 가스솥을 들고 다니면서 벼라별 짖을 다 한것 같습니다.
젊었다는 이야기겠지요?
호박은 단호박과 만차량이 있습니다.
단호박은 그리 크지않고 동그랗습니다.
만차량은 좀 길쭉하고 줄무늬가 있고 제법 크게 달립니다.
단호박은 많이 열리지도 않고 오래동안 보관이 어렵더군요.
단맛은 제일이고요.
만차량은 땅바닥이 아닌 나무가지 같은 것으로 넝쿨을 올려주기만 하면 엄청나게 열립니다.
암수 두그루를 심어야 합니다.
전에 옥상에 판넬을 깔고 만차량을 심었습니다.
만차량을 심은 곳에 음식물 쓰레기를 땅에 묻어서 양분이 충분했던 것 같습니다.
거의 25개가넘게 수확을 했었습니다.
만차량은 워낙 번식력이 강해서 엄청나게 뻗어 나가거든요.
호박잎도 연잎 크기고요.
넝쿨은 어른 엄지 손가락보다 더 굵습니다.
호박잎과 줄기가 억셉니다.
바람이 통하는 곳에 보관하면 내년 봄까지도 썩지않고 거뜬하게 보관이 됩니다.
단맛은 단호박에 비해서 덜한 편입니다.
호박죽이나 호박식혜를 만드실려면 만차량을 심으시는 것이 좋습니다.
대신에 많은 공간이 필요합니다.
밭언덕 같은 곳에 암수 두그루만 심으시면 엄청나게 달립니다.
이렇게 엿기름을 길러서 빻아 놓으면 요긴하게 쓸데가 많습니다.
고추장 담글 때도 넣고,
조청도 만들고,
명절 때나 제사 때,
식구들 모임할 때,
식혜를 만들어 먹습니다.
엿을 만들 때도 쓰고요.
고두밥을 쪄서 보자기에 싼 엿기름과 같이 항아리에 넣어 뜨끈한 구들방 아랫묵에 이불을 뒤집어 씌워 다음날 내벽에 꺼내어 짭니다.
물론 지금은 보온밥솥에다 식혜를 만듭니다.
얼마나 편한 세상입니까?
이 때 항아리 속에서 삭힌 고두밥을 꼭 짜내고 남은 엿밥은 간식으로 먹기도 했습니다.
짜낸 국물을 가마솥에 한나절 정도 끓이면 조청도 되고, 두사람이 서로 계속 당기면 속에 구멍이 생간 하얀 엿이 만들어 집니다.
이 때 오래 잡아 당길수록 엿속에 구멍이 크고 많이 만들어져서 연한 엿이 만들어 집니다.
갓볶은 콩가루에 버무린 엿이 얼마나 달고 고소했는지요!
설명절에는 무나 호박을 썰어서 조청에 절이면 아주 쫀득하고 맛있는무와 호박졸임 맛은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는 추억거리가 되어 버렸네요.
제가 73년 겨울에 첫 휴가를 마치고 귀대 할 때에 어머니께서 엿을 한말 만들어 주셨습니다.
부대에가서 고참들이랑 나누어 먹으라고요.
아마 아들이 쫄병이라 잘봐달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해주셨겠죠!
또 결혼해서 일부러 체험할려고 한번 만들어 본 것이 마지막 고은 엿이었습니다.
지금은 엿을 만들어 먹는 가정이 없죠.
워낙 손이 많이 가거든요.
엿을 한번 만들면 손톱사이에 때가 다 빠진다고 하죠.
둘이서 계속 잡아 당기니까요.
또 텃밭에 기른 도라지를 캐서 생강이랑 엿기름 달인 물을 넣고 오래동안 달이면 도라지청이 되지요.
특히 저희집엔 큰 손주가 어릴적부터 호박식혜를 먹여서 곧잘 먹습니다.
그래서 텃밭에 하우스대를 엮어서 단호박을 심었습니다.
맨땅에 심은것보다 그물망을 쳐서 올리면 더 많이 열리거든요.
밭 가장자리에는 만차량을 심어서 호박식혜를 만들어 주곤합니다.
이때 단호박은 단맛이 있어서 배즙을 조금만 넣으면 되는데,
만차량은 색은 노랗게 이쁘지만 단맛이 덜해서 배즙이 더 필요합니다.
식혜를 만들 때 단맛을 내기위해서 설탕이나 인공감미료 대신 배즙을 넣고 식혜를 만들거든요.
어느날 아들 내외가 볼일이 있어서 우리집에 놀러 왔습니다.
부엌에서 식사하고 난 뒤에 식탁에서 차주문을 하더군요.
할머니집 부엌이 할머니카페라 하면서요.
"할머니, 커피네잔이랑 호박식혜 한잔이요"이렇게 주문하기도 합니다.
아들 내외가 밥먹고 난후에 차마시러 데리고 다녔나 봅니다.
식혜가 기침에 좋다고 하기도 해서 자주 만들어 주곤합니다.
도라지청도 감기 예방에 도움이되고, 호흡기에 좋다고 해서 만들어 먹는답니다.
어느덧 10월의 마지막 날이네요.
늦더위가 있어서 푸른 10월이 되었네요.
이용 가수의 "잊혀진 계절"이 종일 듣게되는 날이네요.
다음주부터 찬공기가 내려와서 추워지기 시작한다는 예보입니다.
10월의 마지지막 날을 멎지게 보내시고
새달 11월은 10월보다 좀더 나은 달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FarmmorningFarmmorning
경북구미표고버섯18837
답변왕
샤인 3년차 초보농부 ·
아주 멋지십니다ㆍ아침 포도밭에가서 마무리 하고 주문받은것 준비해서 내려와 가게 문열고 이글을 읽는데 tv보는것같이 일하시는 모습이 눈에 보이는듯 글에 보이십니다ㆍ감사합니다ㆍ건행
전북전주유일기
텃밭 농부·
고맙습니다.
올해 포도가 제값을 못하는 것 같은데요.
어제 남원에서 지푸라기 한단을 얻어왔습니다.
청국장과 메주를 쑬려고요.
텃밭에 지푸라기 깨끗하게 씻어서 널어놓았습니다.
즐거운 나날 되시길 바랍니다.
경북칠곡이성민
답변왕
5직2농·
단아하고 정감있는 한편의 추억속 수필입니다.
어릴때 엿기름 삭혀서 조청을 고던 아내보다 젊었던 어머니의 정성이 새삼스럽네요. 저에겐 삶은겉보리를 붕어낚시 포인트에 밑밥으로 깔고 밤새 말뚝찌를 노려보던 추억이 많답니다~ ^^
전북전주유일기
텃밭 농부·
잘지내시지요?
어제 엿기름을 건조기에 넣었습니다.
채반이 남아서 작은감은 곶감으로 큰감은 2등분해서 감마랭이를 200개정도 깍아서 같이 건조기에 넣었습니다.
아침 일찍 텃밭 건조기가 새로 구입한 것이라 아직 손에 안익혔거든요.
온도를 37도로 설정했더니
엿기름이 수염이 더 자랐더군요.
따뜻해서 그러나 봅니다.
얽힌 엿기름을 다시 다 뜯어서 온도를 50도로 올렸습니다.
옛날 저녁에 아랫묵에 이불을 뒤집어 씌워놓고
새벽녘에 따뜻한 하얀쌀식혜를 한대접 먹었습니다.
식혜는 식어야 단맛이 더 납니다.
이제 메주를 쑬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작년에 백태를 15k를 구입해 놓았습니다.
다음주에 추위가 있답니다.
항상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경북경산홍정자
일기님의 일기가 생생한 내 어릴적 추억을 떠올려서 행복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전북전주유일기
텃밭 농부·
네.
제 이름대로 제 이야기 제 일기입니다.
어제 남원에서 청국장할려고 지푸라기를 한단 얻어왔습니다.
깨끗하게 씻어서 말리고 있습니다.
엿기름 건조기에 넣으러 나갑니다.
다음주부터 추위가 있다네요.
건강하시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충남천안시금치15102
와~~~정말, 글 솜씨가 타고 나셨어요.
감탄이 절로 나오네요.
어머니들이 예전엔 엿기름을 집에서 다 길러서 고추장 만들고 식혜만들고, 조청만들고 그랬었죠.
지금은 1kg씩 사다먹죠.
잘~읽었습니다~^^
전북전주유일기
텃밭 농부·
오늘 엿기름 잘 말라서 소쿠리에 넣고 문질러서 수염을 다 뗐습니다.
이제 방앗간에서 빻아서 냥장고에 보관했다가 필요할 때마다 꺼내서 사용합니닺
단내음이 나네요.
쓸데가 많지요.
식혜는 물론이고
고추장 담글 때도 넣고요.
비 그친 오늘 날씨는 너무 좋으네요.
청국장과 메주를 쑬려고 가스솥이랑 준비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주말 행복하시게 보내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