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주제

자유주제 · 자유게시판
경남거제김삼철
답변 고수
텃밭은 내 놀이터 ♡·
*두부 장수 노부부

새벽 별 보고 일어나
콩을 삶아 두부를 만드는 노부부는 이 일을 평생 해 오셨다는데요

자전거에 방금 나 온 뜨끈한 두부판을 차곡차곡 올려놓고 길을 나서는 할아버지를 보며
"영감 오늘 오후에 비 올 것 같으니 안 팔리면 일찍 들어와요"

"알았어"
퉁명스러운 대답 한 마디를 배웅 삼아 내뱉고는

((((땅그랑 ~ 땅그랑))))

골목길을 나서면서 부터 종을 흔들며
두~~부)))) 두~~부)))) 라는
할아버지의 외침이
동네 곳곳을 돌며
새벽을 깨우고 난 자리에
한 사람 두 사람 대문을 열고 나오더니

"두부 한 모만 주세요
"저는 두 모 주세요"
"오백 원 여깄어요"
"고맙습니다"

때론 하늘 한 번 올려다 보기 힘든 하루를 보내느라
서로의 굽어진 허리를 보면 마음이 아프지만
하늘을 막아줄
지붕 하나 있는 것만으로
행복이라고 말하는 노부부는
바람이 불면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이집에서 숨쉬는 행복이 최고라는데요

"영감 이게 뭐예요?"
"오다가 주웠어"
"멀쩡한 붕어빵을 왜 버렸대"

능청 스러운 할아버지의 거짓말에
맞장구를 쳐주며 오물오물 먹고있는 할머니는
땀흘리고 움직인 만큼만 욕심을 부리며 살아온 세월속에

하루위에 하루를 더 포개 놓은 듯한 힘듦이지만 서로를 알뜰히 챙기는 마음 하나로 버틸 수 있었기에
세상 길 다 지워져도 이 길을 함께 걸어가고 싶다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잿빛 어둠이 그려진 다음 날

파란 하늘에 투명한 물감이 흘러 내리 듯 날리는 비를 야윈 두 어깨에 올리고 집으로 온 할아버지가
팔고 난 두부판을
부뚜막에 내려놓으며
얼굴에 핀 그늘을 본 할머니는
"어찌 오늘은 많이 못 팔았나 보네요?"

할아버지가 내려놓은 두부판에 얹힌 천을 걷던 할머니의 눈에 흙덩이들이 고명처럼 묻어있는 두부를 보며

"영감 두부가 왜 이래요?"
"차 길에서 넘어졌어"
"어디 다친데는 없슈?"
"멀쩡혀 걱정말어"

절뚝거리며 방으로 들어가는 뒷모습을 보며 심상치 않음을 느낀
할머니는 재빨리 수건 하나를 끓고 있는 솥에 담궈 뜨끈히 뎁혀 방으로 따라 들어 가는데요

"영감..
이쪽으로 누워봐요"
"거 괜찬타니까 호들갑이네"

내일 당장이라도 일하러 나갈 것 같이 큰소리를 쳐대던 할아버지가 해와 달이 바쁘게 오가는데도
모습이 보이질 않더니 보름이 다가도록 일어나질 못하고 있었는데요

"영감 이러지 말고 자식들 오라고 할테니 병원에 갑시다"

"병원에 갈 돈이 어딨어"
"다락에 있는 상자에 매일매일 영감이 넣어둔 돈 있잖아요"

"그건 안뎌"
"알았어요...
영감 죽을때 같이 묻어 드릴테니
저승가서 실컷 쓰구료"

그렇게
시간을 약으로 집을 병원삼아 버티던 할아버지는
언제 아팠냐는 듯 자리를 털고 일어나더니

"임자..
오늘부터 장사 나갈테니까
콩 좀 넉넉히 삶아"

"괜히 무리하지 마시고
며칠 더 쉬어요"

"쉬면 누가 돈 준데...
몸뚱어리 조금이라도 성 할때 부지런히 벌어야지"

"그 놈의 돈..돈...돈....
쓰지도 못하는 돈 모아서
뭐 할려는지"

행복하자는 약속으로 남은 말을 지키려 오늘도 새벽안개를 헤치며
땡그랑~~ 땡그랑 ~~~

종소리에 맞춰 자전거 폐달을 밟는 할아버지의 뒷 모습을 보며 오늘분의 행복을 벌써 다 받은 듯 할머니 입가엔 미소가 흘러 넘치고 있었는데요

"이정도면 내일 장사하고도 남을 것 같구먼"

하루 온 종일 허리 한 번 못 펴보고 장작을 피워대며 두부를 만든
할머니는 거뭇 거뭇해지는 골목길을 두리번거리더니
"영감이 올 때가 되었는데
오늘은 늦네 그려..."

그때 저 멀리서
삐그덕....삐그덕..거리며
저물녁 새들이 건너는 하늘가를 따라

고물 자전거 폐달 밟는 소리가
할아버지라는 걸 단번에 알아보고는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 다더니만..."

두부를 많이 팔았는지
적게 팔았는지
폐달 밟는 소리만 듣고도 안다는 할머니는
느려도 좋으니 그 소리가 멈추질 않기를 마음으로 기도하며 할아버지를 반기는데요

"영감. ,,
오늘 많이 팔았죠?"
"할멈..
두부 만들지 말고 돗자리 깔어"

이제는 서로의 발걸음 하나에
속깊은 마음까지 들여다 볼수 있다는 노부부의 오늘 분의 행복은 또 그렇게 쌓여만 가는것 같습니다

한 계절이 가고 또 다른 계절이우두커니 머물러 있는 창가만 들여다 보고 있던 할머니는
"영감..
집에가서 쉬지 왜 왔슈?"
늘 할아버지의 건강만 걱정하던 할머니가 굽어진 허리가 펴지질 않아
그만 병원에 입원하고 말았는데요

"임자 좋아하는 순대 줄려고 왔지"
"영감이나 집에 가서 약주
한 잔하면서 먹으슈"

마주친 어쩔수 없는 슬픔 위로 챙겨온 순대를 할머니 입에 넣으주며 "꼭꼭 씹어.."
"영감도 좀 먹어요"
"난 거기서 많이 먹었어"

필요한 자리 그 자리를 지켜주는 서로가 있어 스치는 아픔을 이겨낼 수 있다는
할머니는 마주하는 똑같은 일상 앞에서도 병원과 집을 오가며
하루분의 행복을 퍼나르는
할아버지의 고마움에
병원에 있는 동안 눈시울이 마를 날이 없었다는데요

어느 날은 길가에 핀 야생화를 뜯어다 소주 빈병에 꽂아놓고 가는 날도 있고

또 어느 날은
잠든 할머니 머리에 예쁜 비녀를 꽂아 주고가는
할아버지가 주는 행복속에 머물던 할머니에게
"임자 ..
우리 두부장사 그만할까?"
"왜요 죽을때까지 할거라더니
왜 맘이 변했슈?"

"이제 임자 고생 그만 시키고 싶어서 그래"
"그럼 두부장사 그만하고
뭐 하실라고 그러우?"

"이제 임자랑 손잡고 쑥도 캐러 다니고 들판으로 꽃마실도 다니고
그러지 뭐"

"사람이 안하던 짓하면 죽는대요"
"죽긴 왜 벌써 죽어
오 백년은 더 살아야지"

가을바람에 입이 떨어지듯 한 마디 툭 내뱉어 놓고는 미안했는지 할머니의 손에 열쇠 하나를 건네는데요
"이게 뭐유?"
"다락방에 있는 돈 상자 열쇠야"
"이걸 왜 날 주우?"
"임자 퇴직금이야"

부부라는 직장에 아내라는 직함으로 근무한 댓가라며
손에 열쇠를 꼭 쥐어주고는
"이제 그만 퇴사 혀"

그리고 이건 상장이라며 두팔로 할머니를 꼭 안아주며
"임자..
퇴직하면 나랑 놀아줄 겨?
"그럽시다..."

새벽을 열고 나와
사람들의 아침을 깨워주던
쨍그랑~~ 쨍그랑~~

((((두부))))
라고 외치던 할아버지의 목소리는 더 이상 들을 수 없었지만

오늘도 부부라는 행복의 이름으로 두분만의 사랑이 넘쳐나는 곳에서 살아가고 계실거라고 믿으며 노부부의 두부장수 이야기를 끝마치려 합니다

이 세상 가장 큰 축복은
부부의 사랑이라며....

펴냄/노자규의 골목 이야기

👫同行하는 人生
https://youtu.be/x28XnN2QO-Y?si=wUMOqzppydCd-6W2
부산금정토마토17268
답변 고수
취미로 소일하는 농부·
올리신 글 잘읽어습니다
모처럼 내삶을 되돌아 보는 시간이였네요
순박하게 그렇게 동화되어 살아가는게 인생인듯 합니다
더럽게 오염된 자들이 뺏지달고 지도자 하는시대
순박한 민초들의 삶이 잘 그려저 있습니다
충남서천김영순
두부부얘기가남에얘기가아닌것같은.칠십대가된제얘기같아공감되어끝에서눈물을훔칩니다.자꾸허리가굽어가는남편이쉬지않고움직여.안쓰러일좀줄이자잔소리하고있습니다.~^^!ㅋ.ㅋ.ㅋ.용돈도많이드리는데.습관이부지런해서~^^!
경남밀양최동구
사과농사 6년차 학생·
부부의 순수한 애정
은 살아온 세월만큼
정감이 가네요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산다면 행복
하지않을이가 없겠
지요
참 좋은글 감사합니다
경북경주이진주
초보 농사 도전중·
눈물이 글썽이네요^^
두부부의 모습이 부럽네요^^~
경남창원봉림동 태진농장
없이살아도서로를생각하며살수만있다면얼마나행복할까. 부럽습니다.마음을비우고 살지만감정의동물인간이라 티것태것싸우면서그래도한침대잔답니다.부군께서뇌경색.지체장애자라. 안서려워요. 없는것보다말동무싸울편안한사람이있어참고삽니다.두부 부부. 정말부러워요. 회원님들다함께. 사는날까지건강챙기며후회없이살아갑시다,
경남밀양태 야
대추,매실 재배농부~^·
부모세대의
부부사랑~~^^
언제나 그립답니다.
세상이 너무나 변해버린 지금~~
생각해봅니다
경기양평김제선:양평읍회현리
귀농:각종 먹거리 채소·
감명깊게 읽었습니다.
두 부부가 부럽네요.
부부는 이래야 하는
것 아닐까요.
경기안성이영미
농사짓는 6학년2반·
부모님삶 되돌아보게해주시는 감동글 감사히 잘읽었습니다
경북구미표고버섯18837
답변 고수
샤인 3년차 초보농부 ·
이야기 읽다가 손님와서 다시 찾느라 한참헤메다 겨우 다읽었네요 ㆍ감동이고 잘 배우고 갑니다ㆍ건행
전북순창팜모닝회원 정정섭
가슴 찡한 글 잘읽었습니다. 부부란 이렇게 서로가 서로에게 그늘이 되고 때론 아낌없이 줄수있는 삶을 살아가야 될것 같습니다. 두부 장사 부부처럼 ❤️ 좋은글 감사합니다
경남거창신한숙
글 내용이 참 좋습니다
말하지 않고도 눈빛만보아도 서로를 알고~
글이 시를 읽는것모양 표현이 아주 재미있고도 공감이 갑니다
경남거제김삼철
답변 고수
텃밭은 내 놀이터 ♡·
행복한 노부부 이야기 감동적 입니다
충북보은이상주
좋은 글 감사합니다 늘 행복 하세요
경남거제김삼철
답변 고수
텃밭은 내 놀이터 ♡·
네 건강 잘 챙기시고 ~~행복이 최고입니다
신진호
카페지기및 블로그 운영자께


저는 노자규의 골목 이야기 글의 저자
노자규 작가라고 합니다

이곳애 울리신 상당수의 글들이
노자규의 골목이야기 글을 가져다
제목을 바꾸고 내용이 훼손된 채
게재해 놓은 행위는 형사적 처벌 대상입니다
뮬론 형사처벌 대상인 저작인격권을 위반한
글이기 하고요

저작권법안에는
공표권.성명표시권.동일성 유지권으로 세가지 권리를 가지는 저작인격권이란게 있는데요(저작인격권은 저작자 일신에 전속한다)

글 제목이나 내용을 원작자 동의 없이 바꾸면 안되는 동일성 유지권 위반과
츨처를 밝히지 읺은 성명표시권을 위반한 범죄사실이 있어 글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저작물의 내용, 형식, 제호 등을 일부 변형하거나 수정하면, 저작권법 제25조 제2항 또는 제29조 제2항에 의거 원작자에게 손해배상을 할 의무가 발생함과 동시에 형사고발 됨을 알고 계시는지요

나아가 2차적 저작물을 만들땐 원작자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한데 이을 위반한 사실도 알고 계신지요



외롭고 힘든 골목안 우리이웃들의.애환과
아픔의 뒷 이야기 .노자규의 골목 이야기
이천여편중에서 백여편이 성명표시권인 출처없이 옮긴것도 문제지만 더큰 문제는 글의 제목을 훼손한 동일성유지권 위반으로 온라인에 유포된.사실에 대해 법적 처벌을 함으로서 올바른 저작문화가 형성될것 같아 부득이 법의 힘을 빌려 나서게 된 것입니다





제가 글을 쓰는 목적은 기초생활수급자 (홀몸어르신 )30명을 대상으로 노자규의 반딧불이 봉사대를 운영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여러분들의 무분별한 형태로 출판 계약도 취소되어 이분들에게 혜택을
주지 못할망정 줄어들게 한 것 또한 .아셨으면합니다


https://m.blog.naver.com/nojagyu64/223253487308

2023년에
이 같은 형태로 위반한 자 30여명을
1차 검찰청에 고발하여 전원 벌금형을
선고받았고요 올해는
2차 고발인 140여명을 고발할 예정입니다

이에 항변할 말씀이 있으시면
메일 또는 문자나 전화로 연락하시고
아무런 대응이 없으면 인정하시는 걸로
알고 법대로 진행할테니 경찰서 가서
변론하시고 벌금 조금 내시면 될겁니다

Attn/형사처벌 후 손배소송 진행도
할수 있음을 사전 고지하는 바입니다



노자규의 골목 이야기
원작자 노자규 올림

연락처/8888jj@naver.com
010875514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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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 점 악착같이 장사를 했기에​, 자식 넷 ​보란 듯 키워 시집장가 보내고 나니​ 이제 애써 열심히 할 것도​ 가꿀 것도 없는 나이가 돼버린 게​ 조금은 억울하지만, ​ 사놓은 건물에서 나오는 달세로 ​여유 있게 살고 있던 노부부가​ ​ 새벽안개 짙게 드리운 거리를 ​가방 두 개를 끌고 걸어 나오더니, 고속버스 ​터미널 대합실 귀퉁이에 앉아 ​초조한 눈빛으로 사방을 살핍니다 “여보...​ 큰아들네로 먼저 갑시다“ 멍울진​ 거리를 달려가는 버스를 타고 ​ 도착한 곳은 큰 아들이 있는 ​대전에 한 아파트 앞이었는데... "아니..​아버지 어머니​ 연락도 없이 어쩐 일이세요?" ​ "물이나 한잔 다오" 바람 길 숭숭 난 가슴을​ 먼저 열어 보인 건 엄마였는데요​ “네 아버지 고향 친구​ 준태아저씨 너도 알거다“ “준태아저씨가 뭐 어쨌다고요?” “네 아버지가 망한 준태아저씨​ 보증을 써주는 바람에​ 우리집도 경매로 넘어가 버렸지 뭐냐 "​ “그럼 이제 어떡하실 거예요?“ 며느리가 차려온 술상에 ​막걸리 몇 모금으로​ 지친 설움을 적셔나가던 아버지는 ​어렵게 입을 엽니다 “큰애야...​ 이 년 전에 병원 넓힌다고 빌려 간​ 일억 원을 돌려주면 안되니..?“ “그 말씀은 ​병원문을 닫으라는 소리지​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 하세요 ...“ "니네 집에 있기도 그렇고 ​당장 오갈 데가 없어서 그래“ “아무튼 그 돈은 지금 갚을 수가 없으니 그렇게 아세요“ “그럼 우린 어떡하냐“ “그건 처신 잘 못한 아버지 문제니까​ 알아서들 하세요“ 할 말을 다했다는 듯​ 문을 닫고 출근을 해버리는​ 아들의 뒷모습 에 배어든 서러움을​ 지우기 위해 남은 술 두어 잔을 연거푸 들이 킨 아버지는 할 말을 잃은 표정으로​ 아내 얼굴 조차 바라보지 못합니다 자식 일이라면 빗장 열어​ 부는 바람이 되어 주고픈 게​ 부모의 마음이란 걸 몰라주는 ​큰아들 내외와 목말라가는 일주일이 흐른 어느 날 밤 “그러면 이대로 계속 지내자는 거예요?” “갈 데가 없다는데 난들 어떡해” “시골에서 ​넓게 사는 둘째 아들 집도 있으니​ 그쪽으로 가시는 게 어떠냐며 ​당신이 말 좀 해 봐요“ 아들과 며느리의 ​싸우는 듯한 투박한 음성이 들려오고​ 연이어 ​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려오더니 "아버지 어머니....​ 순천에 있는 형석네에 가 계시는 건 어때요?" ​더 이상 ​할 말은 눈물이라 침묵으로 하고픈 말을 전한 아버지는​ 집을 떠나온 그날과 같은 길을 ​짙은 어둠을 뚫고 나서고 있었습니다 “ 형한테 이야기 들었어요..​ 그래 어쩌다가 늘그막에 ​이런 엄한 꼴을 당하셨데요“ “너희에게 면목이 없구나” “내 집이라 생각하시고 편히 계세요" 과수원을 하는 아들과 며느리는 ​살갑게 노부부를 맞이해주는 걸 보며​ 자식 하난 잘 키웠다며​ 서로에게 위로를 건네는 시간도 잠시, 농번기 농사일 때문에​ 마음보다 몸이 먼저 지쳐버린 노부부는 ​ 고단했는지 늦잠을 자고 있을 때​ ​ 거실에서는 아들과 며느리의 소곤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는데 “여보.. ​ 아버님이 큰애 아파트 계약할 때 빌린 돈 달라고 하면 없다고 하세요" 서로 필요로 하는 가치가 있을 때​ 이루어지는 관계에서​ 가족 이라는 것도 예외일 수 없다는​ 슬픈 현실을 또 한 번 느끼며​ 아픔으로 견디다 일어난 다음날도 자식에게 좋은 일이​ 부모에게도 좋은 일이라며 ​땀방울 마를 날 없이 일손을 거들고 있었습니다​ “농촌에서 일손이 귀한데​ 김 여사네는 든든한 ​일꾼 둘이나 구했으니 좋겠슈.. “이번 농번기만 끝나면 ​다른 자식들한테 가라고 해야죠“ 며느리가 ​이웃 사람이랑 주고받는 이야기를 듣고 있던 노부부는, 한 번도 ​가족이었던 적이 없었다는 느낌을 눈물로 애써 지우고는 다음 날​ 몸 둘 곳 없는 새벽이슬을 친구삼아​ 달이 적셔놓은 길을 나섭니다 비틀어진​ 마음과 마음 사이에 베어 든​ 자식들에 대한 배신감으 로​ 살얼음이 낀 처지를 한탄하며​ 대합실에 앉은 노부부는, 3년 전 ​결혼한 막둥이 아들이 낳은 ​갓난 손자가 보고 싶어서인지​ 강릉행 열차에 몸을 싣고 달려왔지만 노부부는​ 아파트 벨을 누르지 않고​ 계단에 한참을 쪼그리고 앉아 만 있더니​ 더 깊어져 가는 슬픔에​ 힘없이 일어나 내려오고 마는데 (아기가 자고 있으니 ​벨을 누르지 말아 주세요) 라고 ​현관문에 써 붙인 종이를 보고​ 차마 벨을 누르지 못한 노부부는​ 숨소리 조차 내지 못할 그 곳보다는 “정선이한테 연락 한번 해보구려” “예전엔 하루가 멀다고 전화가 오더니​ 서너 달 전부턴 아예 연락 도 없고​ 전화해도 받질 않더라고요“ 서러움을 ​뉘인 젖은 꽃잎이 되어​ 역전 대합실에서 쪽잠을 자야만 하는 토하지 못한 묵은 마음을 지우려 ​내키지않는 딸의 아파트 벨을 ​눌러대 보지만 띵똥….띵똥.... 아무리 눌러봐도​ 열리지 않는 문만 쳐다보다​ 쓸쓸한 마음으로 뒤돌아 서려는 그때​, 앞집의 현관문이 열리더니 "지금 그집엔 아무도 없는데​ 왜그러시죠?“ " 시끄럽게 해서 죄송합니다​ 여기사는 사람이 제 여식이구먼요“ 앞집 여자가 전해준 이야기를 듣고​ 택시를 타고​ 한걸음에 달려온 곳은 병원이었고​ 묻고 물어 겨우 찾은 병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노부부는, 링거병에 ​의지해 잠들어 있는 딸을 보고 ​꼬꾸라지듯 달려드는 허기진 눈에서 떨어지는 ​까닭 잃은 눈물만이 그 이유를 묻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아니 이것아​ 아프면 아프다고 말을 했어야지“​ “엄마 아버지 걱정할까봐...“. “우린 그런 것도 모르고...“ “저 때문에 ​두 분께 걱정 끼치고 싶지 않았어요“ 병원 옥상 공원에 나란히 앉은 ​세 사람은 어문달을 바라보며 세월에 씻어도 까맣게 묻어나는 아픔을 ​애닳게 바라만 볼 뿐입니다 “아니 어떻게 그런일이..” “한푼도 보태준 게 없는 네게 와서 ​이런 소리를 하는 게 면목이 없구나“ “제가​ 두 분 거처할 곳을 알아볼 테니까​ 불편하겠지만 일단 제집에 가서​ 지내세요“ “말만으로도 고맙구나” 자식들과의 과거의 추억에서​ 힘을 얻으며 살아 온 한평생이​ 그저 ​ 원망스럽기만 했지만 자식은​ 부모를 가진 적도 없었으니까. 자식이 ​우릴 버렸다고 생각지 말자며... 그날 밤​ 남은 해 끝자락에 걸린​ 좀처럼 내려오지 않는 이야기로​ 딸과 이별을 한​ 노부부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선 곳은​ 딸의 집이 아닌, 예전에 자신들이 살던 집이었습니다 이제 “자식들 마음 다 알았으니​ 이제 영감 하고 싶은대로 하세요" 6개월의 시한부 삶을 선고받고 자식들 속 마음을 알기 위해 길을 나섰던 노부부는 잊혀짐보다 더 가슴 아픈 게​ 버려짐 같다며, 지는 노을에 비친 막걸리 한잔에​ 해묵은 설움을 토해내더니, 자식도​ 그저 좋은 남일 뿐이라는 세상​ 떠도는 이야기가​ 내 이야기가 될 줄을 몰랐다며 ​“자식 한번 앉은 자리엔​ 백 년 동안 풀도 안 자란다잖아요 종점에 와 봐야 알게 되는 게​ 인생이라더니만..“ 비가오면 ​부엌에 있는 온갖 그릇 다 가져와​ 떨어지는 빗물을 받쳐가며, 밥술에 ​반찬 서로 얹어주는 행복으로​ 복닥거리며 모여 살던 그날을 ​그리워하다 어쩌다가 시한부 선고를 받고선 자식들 속 마음을 알기위해 길을 나섰던 노부부는 가진 재산 전부를​ 가장 늦게까지 사랑해 줄 사람이​ 부모란 걸 모르는 자식들 대신​, 가진 재산 전부를 어렵고​ 힘든 이들에게 기부하고, 멀어진 자리에​ 쉬어가는 바람이 전하는 말들이​ 나 뒹굴고 있었습니다 피보다 진한 건​ 돈이었다며… ​ <실어온 글 "노자규의 골목이야기"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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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 이야기 =19 육십이 넘은 노부부가 성격 차이를 이유로 이혼을 했습니다. 성격차이로 이혼한 그 노부부는 이혼한 그날, 이혼 처리를 부탁했던 변호사와 함께 저녁 식사를 했습니다. 주문한 음식은 통닭이었습니다. 주문한 통닭이 도착하자 남편 할아버지는 마지막으로 자기가 좋아하는 날개 부위를 찢어서 아내 할머니에게 권했습니다. 권하는 모습이 워낙 보기가 좋아서 동석한 변호사가 어쩌면 이 노부부가 다시 화해할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아내 할머니가 기분이 아주 상한 표정으로 마구 화를 내며 말했습니다. "지난 삼십년간을 당신은 늘 그래왔어. 항상 자기 중심적으로만 생각하더니 이혼하는 날까지도 그러다니... 난 다리 부위를 좋아한단 말이야. 내가 어떤 부위를 좋아하는지 한번도 물어본 적이 없어. 당신은... 자기 중심적이고 이기적인 인간..." 아내 할머니의 그런 반응을 보며 남편인 할아버지가 말했습니다. "날개 부위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부위야! 나는 내가 먹고 싶은 부위를 삼십년간 꾹 참고 항상 당신에게 먼저 건네준 건데...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가 있어. 이혼하는 날까지..." 화가 난 노부부는 서로 씩씩대며 그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각자의 집으로 가버렸습니다. 집에 도착한 남편 할아버지는 자꾸 아내 할머니가 했던 말이 생각났습니다. "정말 나는 한번도 아내에게 무슨 부위를 먹고 싶은가 물어본 적이 없었구나. 그저 내가 좋아하는 부위를 주면 좋아하겠거니 생각했지. 내가 먹고 싶은 부위를 떼어내서 주어도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아내에게 섭섭한 마음만 들고... 돌아보니 내가 잘못한 일이었던 것 같아. 나는 여전히 아내를 사랑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사과라도 해서 아내 마음이나 풀어주어야겠다." 이렇게 생각한 남편 할아버지는 아내 할머니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핸드폰에 찍힌 번호를 보고 남편 할아버지가 건 전화임을 안 아내 할머니는 아직 화가 덜 풀려 그 전화를 받고 싶지가 않았습니다. 전화를 끊어버렸는데 또다시 전화가 걸려오자 이번에는 아주 밧데리를 빼 버렸습니다. 다음날 아침, 일찍 잠이 깬 아내 할머니는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나도 지난 삼십 년 동안 남편이 날개부위를 좋아하는 줄 몰랐네. 자기가 좋아하는 부위를 나에게 먼저 떼어내 건넸는데, 그 마음은 모르고 나는 뾰로통한 얼굴만 보여주었으니 얼마나 섭섭했을까? 나에게 그렇게 마음을 써주는 줄은 몰랐구나. 아직 사랑하는 마음은 그대로인데... 헤어지긴 했지만 늦기 전에 사과라도 해서 섭섭했던 마음이나 풀어주어야겠다." 아내 할머니가 남편 할아버지 핸드폰으로 전화를 했지만 남편 할아버지는 전화를 받지 않았습니다. 내가 전화를 안 받아서 화가 났나’하며 생각하고 있는데, 낯선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전 남편께서 돌아가셨습니다" 남편 할아버지 집으로 달려간 아내 할머니는 핸드폰을 꼭 잡고 죽어있는 남편을 보았습니다. 그 핸드폰에는 남편이 마지막으로 자신에게 보내려고 찍어둔 문자 메세지가 있었습니다. "미안해, 사랑해, 용서해." 저에글이 아님니다 최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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