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디찬 겨울이 지나고 따스한 햇살이 있는 봄철 이맘 때 양지바른 곳에 파란 쑥이 나온다. 밭 가장자리에 겨우내 언 땅에서 견뎌낸 냉이 잎과 뿌리는 된장국에 잘 어울리는 제일 먼저 봄을 알리는 제철 음식이다. 그 다음에 양지바른 돌담장이나 언덕 아래 덤풀속에 파릇파릇한 쑥이 올라온다. 연한 쑥은 쑥국을 끓여 먹어도 좋지만 쑥버무리와 더불어 쑥개떡이 제맛이다. 어릴적 어머니께서 파릇파릇한 쑥을 뜯어 멥쌀가루를 넣어서 쑥버무리를 많이 해 주셨다. 물에 불린 멥쌀을 절구통에 넣고 도굿대로 빻아서 체로 걸러 쌀가루를 만드셨다. 고운 쌀가루를 만들기 위해서 체로 치고 도굿대로 빻기를 여러차례 반복해서 고운 쌀가루를 만드셨다. 쌀이 귀할 때는 밀가루로 만드시기도 했다. 파릇한 쑥에 체로 곱게 친 쌀가루를 입혀서 시루에 넣고 백설기처럼 쪄낸 것이 쑥버무리다. 지금처럼 먹거리가 흔치 않을 때 쫄깃함과 향긋한 쑥향이 나는 쑥버무리는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별미의 간식거리였다. 또 하나 별미가 있었다. 쑥개떡이다. 쌀과 쑥을 같이 넣고 빻아서 반죽을 만들어서 쑥개떡을 만든다. 이 때 반죽을 많이 치댈수록 쫄깃한 맛이 더 한다. 치댄 반죽을 둥글넓적하게 손바닥으로 눌러 만들어서 소쿠리에 보재기를 깔고 쪄낸 다음 들기름을 바르면 반지르하고 색깔도 이쁘고 쫄깃한 쑥개떡이 만들어진다. 쑥개떡을 만들 때 손바닥으로 눌러서 밀가루로 칼국수 만들 때처럼 납작하게 만들고 복집개로 눌러서 동그랗게 이쁘게 만들기도 했다. 복집개는 밥 그릇 뚜껑을 말한다. 우리 큰 아이가 어릴 적에 쑥개떡을 먹더니 "엄마, 이렇게 맛있는데 왜 이름이 개떡이야"했다고 한다. 옛날에는 개똥이라는 이름이 흔하게 있었다. 개떡이라는 이름이 흔하고 천하게 쓰였던 때라 이렇게 맛있는 것을 왜 쑥개떡이라고 했을까?했나 봅니다. 쑥개떡을 만드는데 손이 엄청 많이 갑니다. 요즘은 기계화되어 대량생산해서 쑥개떡을 파는 곳에서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산에 나물이 날 때 쯤이면 고사리와 취나물을 채취하러 갔습니다. 높은 산에 오르다보면 수리취란 산나물도 있습니다. 고사리는 제사 때와 육개장 등 밑반찬으로 좋고, 손바닥만한 곰취나물은 잎이나 줄기가 연해서 살짝 데쳐서 된장에 버무리기도하고 들기름을 쳐서 무쳐 먹으면 취향이 향긋해서 맛있었습니다. 요즘 시장에 나오는 취나물은 재배하기 때문에 고유의 취의 향이 없는 것 같습니다. 수리취라는 산나물은 취나물과 비슷하지만 잎사귀 표면에 윤기가 없고 뒷면에 뽀송뽀송하게 하얗게 털이 있어서 취나물과 구분할 수 있습니다. 모싯잎 같습니다. 수리취로 떡을 만들면 모싯잎으로 만든 떡과 색깔이 똑 같습니다. 수리취는 줄기는 버리고 잎사귀만 밀가루에 버무려서 쑥버무리같이 만들어 먹기도 했고, 쌉싸름한 수리취에 삿카린을 넣고 삶아서 찹쌀로는 수리취 인절미를 멥쌀로는 수리취 절편을 만들어 먹었습니다. 천변을 걷다가 개나리나무 사이에 살포시 내민 파릇한 쑥을 보면서 옛날 어머니께서 만들어주셨던 쑥버무리가 생각났습니다. 어제는 바람이 세차게 불었습니다. 꽃샘 추위가 물러난듯 했는데 바람 때문에 쌀쌀했습니다. 벚꽃 축제가 열리고 있는 진해와 화개장터에 벚꽃이 아직은 만개하지 않았습니다. 다음 주말쯤에는 팝콘같은 하얀 벚꽃을 눈에 담을 수 있지않을까?기다려봅니다.
감사합니다. 젊을 때부터 일기를 썼습니다. 다락방 라면박스에 다이어리가 듬뿍 쌓여있습니다. 생활일기도 쓰고 영농일기도 쓰곤합니다. 어릴적 추억을 소환해서 여러곳에 올리면 공강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잘 쓰는 글은 아니고요. 그냥 생각나는대로 끄적거려봅니다. 아직도 날씨가 쌀쌀하네요. 감기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교직을 퇴직하고 텃밭농사를 하고 있습니다. 글쓰는 과목과는 전혀관계가 없는 과목이고요. 어린시절을 시골에서 자라서 추억거리가 머릿속에 많이 있답니다. 그러다 새벽잠에 일어나면 핸드폰에다 쓰곤합니다. 제 자식들이 나이 이른살 생일에 그 동안 글을 모아서 책을 만들어서 식구들 지인들께 나누었습니다. 여든되면 또 부탁한다는 희망을 주기도 합니다.
멀리서 저한테 관심갖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자그마한 것들은 제가 보관하고 있습니다. 가마니틀 바디, 등잔대, 함박, 나무바가지 등인데 아이들이 축제를 할 때면 한곳을 제가 가진 옛물건으로 장식하고 설명하곤 했습니다. 고등학교 아이들이 좋아하더군요. 장소만 허락되면 전시장을 만들고 싶습니다. 연락주세요.
네. 고맙습니다. 면단위나 군단위에 옛 물건들 전시보관하는 전시관 하나씩 있으면 귀한 유산들이 될듯 합니다. 거기에 기증하여 자녀들이 고향이 그리울때 찾아보게 하는것도 좋을듯 생각됩니다만 지자체나 나라에서 거기까지는 손을 미치지 못하겠지요. 나라가 살기 좋아져서 아이들도 많이 낳고 행복한 나라를 꿈꾸어 봅니다. 메세지 드리겠습니다.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