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 시골집에 지난 봄에 면사무소에 스레트철거를 신청해서 사랑채와 창고 스레트를 철거했습니다. 옛날에는 스레트에 삼겹살과 돼지고기 주물럭을 구워 먹으면 기름이 쫙 빠져서 맛있게들 먹었는데 스레트가 발암물질이라고해서 폐기물 처리를 해야합니다. 지역 자치단체에서 예산을 세워서 신청받고 현지답사를 마친 다음 선정된 가구에는 스레트를 철거해줍니다. 저소득층이나 기초수급자가구는 지붕까지 함석으로 해줍니다. 스레트는 폐기물이라 비닐로 단단하게 묶어서 전문기관에서 처리를 합니다. 가끔씩 나들이를 하시다보면 재선충에 걸린 소나무를 잘라서 비닐로 씌워고 테이프로 묶어서 산에 보관하는 모습을 보셨죠? 그와 같이 비닐로 씌우고 테이프로 묶어 놓으면 폐기물 처리반이 와서 실고 갑니다. 스레트를 철거 할 때는 방제복을 입고 마스크도 일반 마스크가 아닌 특수한 마스크를 쓰고 작업을 해야 합니다. 주변에 스레트 분진가루가 날릴 염려가 있기 때문에 두꺼운 천으로 둘러치고 작업을 하더군요. 개인이 스레트를 철거할려면 엄청나게 경비가 지출되거든요. 사랑채는 함석으로 지붕을 다시 이양하고, 창고는 헐어서 빈공간을 주차장으로 쓸까 아님 흙을 받아서 텃밭으로 사용할까?생각중입니다. 원래는 보릿대를 쌓고 산에서 생풀을 베다가 보릿대와 생풀을 섞어서 발효시키는 퇴비장으로 사용했던 창고입니다. 옛날에는 여름 내 퇴비를 만들어서 가을에 나락을 베내고 보리를 심을 때 하얀 곰팡이가 핀 퇴비를 보릿골마다 뿌리고 보리씨앗을 뿌렸습니다. 지금 같이 화학비료는 거의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오로지 퇴비로만 벼농사와 보리농사 이렇게 이모작을 했었습니다. 갑자기 시골에 일손이 부족하고 농사를 편학하게 짓게 되면서 퇴비를 만들지 못하게 되었고 생산성이 부족한 보리농사를 포기하게 되면서 비료로만 벼농사를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지금은 볏짚도 걷어버리고 보릿대도 없이 오직 비료로만 벼농사를 짓는데 땅이 제대로 역할을 할까?싶지 않습니다. 그리하여 퇴비를 발효시켰던 퇴비장이 필요없게되었고 리어카나 들여 놓고 온갖 잡동사니 등을 보관하는 창고로 쓰게 되었습니다. 한쪽에는 돼지우리를 만들어서 어머니께서 음식물 찌꺼기가 아깝다고 돼지를 키우셨습니다. 그 때는 방앗간에서 방아를 찧기 때문에 죽저가 나왔습니다. 죽저와 구정물 그리고 음식물 쓰레기로 돼지를 키우셨습니다. 이렇게 키운 돼지고기 맛은 돼지사육장에서기른 돼지고기와는 전혀 다른 맛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한마디로 맛이 고소하고 단백하였습니다. 제가 삼례장에서 제차에 커다란 고무통에 흙돼지 새끼를 몇차례나 실어다 드렸습니다. 1년 남짓 키우시다가 동네분들한테 부탁을 드려서 돼지를 잡아서 나눔을 했습니다. 그러다 어머니께서 힘드셔서 돼지도 키우시지 않게 되면서 돼지 마굿간과 위에 2층을 만드셔서 그 곳도 창고로 사용하시면서 온갖 물건을 쌓기 시작하셨습니다. 아버지께서 평생을 쓰시던 창고라 엄청나게 물건들이 있더군요. 창고를 뜯어내면 정남향이고 돌로 담을 쌓아놓아서 돌담 넘어로 가린 것이 없어 먼산이 보이고 집이 환합니다. 큰애네가 방학 때마다 놀러와서 창고만 없애면 집이 더 좋겠다!라고 했거든요. 지난 토요일에 제 형제들과 두 아이 그리고 사촌과 같이 창고속에 있는 물건을 들어내는데도 한나절이 훨씬 더 걸렸습니다. 그 동안 쌓였던 먼지가 2층에서 물건을 들어낼 때마다 연막소독에서 내뿜는 것 같았습니다. 제 막내동생 친구가 공직을 퇴직하고 평생교육원에서 서각(書刻)을 공부하고 있는데 오래된 송판을 구한다고 하면서 같이 창고를 치웠습니다. 참 좋은 꿈을 갖고 있구나! 반가웠습니다. 워낙 꼼꼼하셨던 아버지께서 반듯한 판자는 아까우셔서 못질 한번도 못하시고 새끼로 묶어 놓으셔서 틀어지지도 않는 송판이 제법 많았습니다. 서각하기에는 옛날 송판이어야 한다는데 좋은 송판을 많이 실고 갔습니다. 옛날에는 사람이 죽으면 집에서 관을 만들었습니다. 산에 아름드리 큰 소나무가 있으면 관솔나무라 했습니다. 관을 짤만큼 큰 소나무라 움직이기가 힘드니까 목수가 산에가서 로꼬라는 볼록한 톱으로 양쪽에서 잡아 당기면서 두꺼운 송판을 만들었습니다. 그런 관목이 3벌이나 있었습니다. 벽에 멍석이 10개가 넘게 매달려있고, 멱다리도 10개가 넘더군요. 쥐가 물어 뜯고 상해서 제대로 남은 것은 몇개가 안 되더군요. 어머니께서 겨우내 밤새시고 새벽에 일어나셔서 찰칵찰칵 삼베를 짜셨던 베틀, 한해 겨울이면 삼베를 몇필을 짜서 시장에 가지고 나가서 팔기도 했습니다. 실을 뽑는 물레, 나락을 훑어내는 홀때, 지푸라기로 가마니를 짜는 가마니틀, 논을 갈고 논바닥을 고르는 쟁기와 써래, 김매는기계, 나무로 만든 지게, 등잔대, 소 코뚜레 등 옛날 물건도 많이 있더군요. 흔히 말하면 골동품인 셈이죠. 옛날 오줌을 받았던 커다란 항아리도 있고요. 오줌장군도 뜯어졌지만 조각을 묶어서 있었습니다. 아까워서 애껴 놓으셨는데 이제는 다 쓸모가 없게 되었습니다. 그냥 버리기가 아까워서 가마니틀, 쟁기와 써래, 물레, 베틀, 안반, 항아리, 옛날 창살문 등은 마굿간 한켠에 빼놓긴 했습니다. 어제는 스레트를 철거했고, 오늘은 함석으로 지붕을 이양했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창고를 헐어야합니다. 동네 포크레인을 갖고 있는 젊은이한테 부탁을 했습니다. 기둥과 중방, 써가래는 화목보일러를 사용하는 사람들한테 실어가라고했고, 퇴비창고라 삥둘러서 높이50cm정도는 돌멩이로 담을 쌓았거든요. 돌멩이는 냇가 빈곳에 실어다 버리면 될 것같고 멍석과 멱다리 잔나뭇가지 등은 창고를 뜯어낸 자리에다 태울려고 합니다. 창고를 다 뜯어내고 흙을 받아서 고구마라도 옆집 아저씨한테 심으시라고 할려고 합니다. 이번 가을에는 할 일이 참 많습니다. 이번 주말과 다음 주말에는 벌초를 하기로형제들한테 공지를 했습니다. 어제 예초기날도 다 갈아놓고, 기름도 넣고 시동을 걸어서 확인을 했습니다. 벌초를 하기 위해서 예초기를 3대를 준비했거든요. 기계는 자주 사용해야 하는데 1년에 딱 이맘때 한번만 사용하기 때문에 어느 때는 시동을 거느라 애를 먹기도 합니다. 작년에 벌초를 마치고 기름도 다 빼고 연료통에 남은 기름을 다 태워서 보관을 해도 해묵은 기계라 가끔씩 시동을 거느라 무척 힘들 때가 있기도 합니다. 요즘 늦 더위가 대단합니다. 어떻게 가을인데 여름보다 더 더운 것 같습니다. 올 가을에 많은 태풍이 있었는데 아직까지는 우리나라를 비껴가고 있어서 다행입니다. 풍요로운 가을을 기다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