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전정 고수가 여덟 시에 만나자는 시간에 밭으로 가보니 미리 와서 대기하다가 부슬부슬 내리는 비를 보고는 “날짜를 잘못 택한 게 아닌지 모르겠습니다.”라고 하는 것을 하우스에서 커피 한잔하고 있으면 멈추어주겠지요. 일단 가십시다.라며 안내를 했다.
봉지 커피를 원하기에 믹스와 카누 한 잔씩 타서 인사를 주고받으니 한 다리 건너서 아는 지방 후배이고 아재가 된다는 사람과는 친구이기도 했다.
“동생이니 말씀 낮춰도 된다.”라고 했지만, 초면에 그럴 수 있느냐며 농사를 어느 정도 짓느냐고 물어보니 원래는 경제학을 전공했는데 농사 쪽으로 전향을 한 게 수십 년이 되며 3,000평 복숭아 농사에 연 1억 2천 정도의 이익을 얻고 있다고 한다.
비가 어느 정도 그치는 것을 보고 08:30쯤 전정을 시작했는데 앞 밭 주인이 며칠 전 해놓은 나무도 결과지를 너무 많이 남겼다며 부주지와 선단부 위, 결과지를 훤하게 잘라버리기에 너무 많이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더니 “충분하다.”라고 하기에 배우는 처지에서 입을 닫았다.
신비 반 고랑을 하고 대극천에 가서는 이것도 똑같이 하느냐고 물었더니 “품종 구별 없이 다 같다.”라며 과감하게 자르며 나가기에 마음속으로 너무 많이 자르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은 계속 들었다.
열 시 반쯤 되어서 빵을 사 왔는데 커피를 한 잔 더 하든지 박카스나 베지밀 하나 마시러 가십시다. 라고 했더니 “가위 배터리도 갈아야 하니 갑시다.”라고 한다. 커피를 홀짝이며 요즘 대극천 시세가 안 좋아 품종을 바꾸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던데 전망은 어떻습니까? 했더니 “새로운 품종을 바꿔 또 3~4년 기다리는 것보다는 있는 것 잘 키워서 수익 보는 게 훨씬 나으니 그런 생각은 안 하시는 게 좋습니다.”라고 한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열한 시 반쯤 되니 다시 비가 시작되기도 했고 아침을 누룽지로 때웠더니 배도 고프고 해서 점심 먹으러 가자며 메뉴를 물었더니 “염소탕이나 한 그릇 하러 갑시다.그리고 오후부터는 혼자 해보세요”라고 한다.
점심을 먹고 난 후 강의료는 얼마나 드리면 될까요? 라고 물었더니 “15만 원만 주세요.”라고 하기에 입금하고 혼자 밭에 돌아와 나무를 쳐다보고 있으니 아무래도 너무 자른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마침, 전정을 다시 한다는 소리를 듣고 놀러 온 자두 농사짓는 친구도 “이거 결과지가 너무 없는 것 아닌가?”라고 하기에 전정 고수가 이렇게 한단다.라고 했더니 고개를 갸웃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