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8월 26일에는 배추 모종을 막걸리에 충분히 담가 심은 뒤, 3일 뒤 막걸리와 사과식초를 섞어 분무하고 달팽이를 수시로 잡아가며 관리했지만 잦은 비로 일조량이 부족했는지 알도 안 차고 몇 포기에 응애가 생겨 부득이하게 배추를 사서 김장을 했다.
그런데 겉을 벗겨서 소금물로 절이고 보니 두툼해 보이던 포기가 얇아졌고, 작년보다 많은 40포기를 했지만 양이 좀 부족한 것 같다.
아무래도 올해는 우리도 그렇지만 전반적으로 작황이 좋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아내가 이틀 전부터 양념을 만들고 대추와 상황버섯, 대파, 무를 넣고 고와서 양념과 버무리고 통을 미리 씻는 등 준비 작업으로 정신이 없었던 덕분에 마침 12시 30분에 김장을 끝내고 설거지가 귀찮을 것 같아 컵라면을 사서 김치를 반찬으로 점심을 먹고 아이들에게 택배를 보내고 이렇게 농사일기를 쓰고 있으니 어려운 숙제를 마친 것처럼 속이 시원하다.
둘이 먹으면 별 맛이 없을 것 같다고 했는데도 "그래도 김치 담갔으니까 저녁에는 수육이랑 막걸리 한 잔 먹자."라며 목욕탕 가는 길에 사주는 돼지고기를 갖고 와 냉장고에 넣고 돌아섰는데, 문득 어머니가 살아 계실 때 온 가족이 마당에서 김치 백수십 포기를 담가서 각자 가져갈 것을 나눈 후 둘러앉아 김치를 수육에 말아 먹고 서로 입가에 묻은 고춧가루를 보며 배꼽을 잡고 웃으며 왁자지껄 집안이 떠들썩하게 얘기 나누던 일이 생각났다.
이제 동생들은 물론 아이들도 짝을 지어 각자의 길을 가고 나니 큰집에는 두 사람만 남아, 일 년 중 큰 행사인 오늘 같은 날도 적막만 가득하다.
저녁에 막걸리 두어 잔 마시면 적적함도 사라지고 흥이라도 좀 날까?
김장을 했으니 조금 있으면 금세 동지가 지날 테고 그렇게 저렇게 한 시대가 서서히 저물고 있다고 생각하니 씁쓰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