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무소주이생기심 ·
어젠 김밥 한 줄과 맥주 한 캔, 그리고 커피 한 병을 들고 예전 아버지와 함께 올랐던 산을 타며 오직 추억 속에 빠져들어 잡념에서 해방되는 편안함을 누렸었고, 오늘은 일상으로 돌아와 밭으로 향했다.
일조량이 부족하여 배추에는 달팽이가 다시 극성이었고, 한 포기는 진딧물까지 번져 있기에 뽑아서 없애고 달팽이는 하는 수 없이 맘이 아팠지만 잡아서 밟아 죽였다.
그리고 무름병 약인 올레들과 에니충, 칼슘과 식초를 섞어 약을 쳤다.
예보상 흐리다고 했었는데 치고 나니 금세 부슬부슬 비가 내리기에 하늘의 조화를 인간이 어떻게 할 수는 없겠다 싶어 하우스 주변과 밭 입구에 예초기를 돌렸다.
잡초 속에서 한창 자태를 뽐내는 산구름국화가 아까웠지만 일일이 구분하며 벨 수 없기에 모조리 쓰러뜨렸더니 맘 한구석이 찜찜했다.
가뭄으로 대추 농사는 망쳤고, 비 때문에 배추 농사도 망치기 직전에 이르렀는데 잡초들만 덩실덩실 어깨춤 추며 신이 나 있다.
밭마다 관정을 뚫을 수도, 비닐을 덮을 수도 없으니 과거나 현재나 농사는 하늘의 도움 없인 안 되나 보다.
작물

배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