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오늘 연거푸 03:30에 일어나 밭에서 수확하느라 바쁘게 돌아다녔더니 걸음걸이가 오전 중에 12,000보를 훌쩍 넘겼다.
그리고 아침 먹는 시간 외에는 늘 서 있었더니 허리는 아예 마비가 되었고 무거운 바구니 두 개를 양손에 들고 수십 회 밭 안과 밖을 들락거렸더니 왼쪽 무릎도 시큰거리고 아프다.
집사람이 선별하는 동안 박스를 접고 과일이 담긴 박스를 숫자별로 쌓아서 정리를 하고 수시로 "여보, 00할배"라며 불러 지시하는 대로 따르다 보니 하늘 한번 쳐다볼 겨를이 없다.
11:30쯤 작업을 끝내고 수박 한쪽을 먹는데 단맛은커녕 시원함도 못 느끼겠다. 군대에도 있는 십 분간 휴식마저 없이 출하 시간을 맞추기 위해 달렸으니 입맛을 잃는 건 당연한 일이겠지.
오는 길에 옹심이 한 그릇으로 점심을 때운 후 씻고 안마의자에 앉으니 잠이 걷잡을 수 없이 쏟아진다.
아침을 먹으며 며칠 앞으로 다가온 아버님 기일을 생각해서인지 집사람이 뜬금없이 "아버님이 하늘에서 내려다보시고 우리 보고 기특하다 하시지 싶다."라고 하기에 왜? 했더니 "물려준 땅 안 팔아먹고 농사 잘 짓고 있으니 얼마나 좋아하실까?"라고 했던 말이 의식에 남아 있어서인지 낮꿈에 빙그레 웃으시며 나타나셨다.
어제 경매 결과를 확인해 보니 경산에서 대극천 복숭아 농사를 짓는 농부들 중 우리 상품이 두 번째로 단가가 높았는데 오늘은 어떨지 모르겠다.
어쨌거나 이 달 말쯤이면 대충 끝이 날 테니 그때부터는 느리게 쉬엄쉬엄 뒷짐 지고 걷듯 그렇게 살아야지.